백인우월주의와 외로운 늑대들
  •  이정덕
  •  승인 2019.03.2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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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호주에서 건너온 백인 태런트 등 3명이 두 곳의 이슬람사원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하여 50명이 죽고 40여명이 다쳤다. 주범인 태런트는 스스로 백인우월주의자라며 “우리 땅을 침범하고 우리를 대체하려 드는 무슬림들이 싫다,” “백인사회가 이슬람인들에 의해 점령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테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인터넷에 올린 ‘선언’이라는 글을 보면 2011년 노르웨이에서 극우테러를 한 브레비크의 축복을 받았고 2015년 미국 찰스턴에서 흑인을 사살한 루프를 언급하고 있다.

 2011년 7월 22일 노르웨이에서는 브레비크가 오슬로 정부청사에서 차량폭탄을 폭발시키고 근처의 우퇴위아섬에 가서 캠프에 참가하고 있던 청소년들에게 총격을 가해 77명이 죽고 319명이 다쳤다. 그는 극우주의자이고 기독교 근본주의자이다. 그는 이민자들이 유럽을 차지하게 된다고 비판하며 “2083: 유럽 독립 선언서”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스스로 친이스라엘주의자이며 반이슬람이라며, 무슬림들을 강제추방하여야 하며, 다문화사회로 흘러가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6월 1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는 백인 남성 루프는 흑인교회에 들어가 9명을 죽였다. 체포된 후 그는 인종전쟁을 목적으로 총을 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인종격리 시기의 남아프리카기를 넣은 재킷을 입은 사진을 게시하였다. 2017년 1월 29일에는 캐나다 퀘벡에서 27살 백인 학생이 이슬람사원에 들어가 예배를 보고 있던 신자들에게 총격을 가하여 6명이 죽고 19명이 다쳤다. 2018년 국제 테러리즘 인덱스에 따르면 극우테러가 2014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1860년대에 겨우 사라진 미국의 노예제도나, 미국에서 1900년대 초에도 있었던 인디언 제거정책이나, 1940년대의 독일 나치의 유태인 학살이나, 1960년대까지도 있었던 유럽의 식민지들이나, 1990년대까지 지속한 남아프리카의 흑인격리정책은 국가가 주도하여 폭력과 공포를 통하여 유지해온 백인우월주의였다. 물론 이러한 국가에 의한 공개적인 백인우월주의는 나치의 몰락과 남아프리카 백인정권의 몰락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민간인들에 의한 공개적인 백인우월주의나 인종차별은 지금도 세계의 많은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구에서 계속 나타나는 수많은 백안우월주의 단체들, 극우 갱이나 훌리건들의 폭력이 지속하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일부 개인들이 극단적인 사고에 심취되면서 다른 집단과 연계되지 않은 상태에서 테러를 벌이는 외로운 늑대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들 극우파에 의한 테러가 이슬람에 의한 테러보다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백인우월주의에 의한 테러는 외로운 늑대들이 어쩌다 벌이는 폭력이 아니다. 서구에 수백년 동안 퍼져 있던 백인우월주의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여러 단체나 일부 원내정당들이 백인의 우월성이나 순수성을 외부인들이 또는 유색인종들이 오염시키고 무너뜨리려 한다며 공포와 폭력을 노골적으로 조장하고 있고, 갈수록 더 많은 개인들이 이에 동조하고 또는 더 극단적인 극우이데올로기를 인터넷으로 익히고 더욱 폭력적인 테러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폭력적인 테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백인들이 이민자들을 패거나 침을 뱉거나 괴롭히거나 또는 욕을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치와 경제가 양극화되고 경제가 나쁠 때 백인하층이나 실업자들의 일부가 불만을 이러한 식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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