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불법인 사람은 없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

정진용 기자입력 : 2018.12.17 14:30:06 | 수정 : 2018.12.17 14:30:14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12월18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주말인 16일 전국 이주노동자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이주노동자대회’를 열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국에 100만명이 넘는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지만 정당한 노동권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이주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옮길 권리, 휴식할 권리 등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실태를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집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이주민 정책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불법 체류·취업 외국인 대책’을 내놓고 미등록 노동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 단속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들은 올해만 5명에 이릅니다. 미얀마에서 온 25살 미등록노동자 딴저테이씨는 지난 8월 건설 현장에서 점심을 먹던 중 법무부 단속반이 급습하자 피하려다 8m 아래 지하로 추락, 결국 숨졌습니다.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에서 정부는 국민 눈치보기만 급급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14일 제주도 내 예멘 난민 신청자 총 484명 가운데 단 2명만 난민으로 인정했습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급히 무마하기 위한 일률적인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난민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이유로 난민 인정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난민에 대한 불안감과 배제를 강화할 뿐”이라고 비판했죠. 

혐오 발언과 가짜뉴스도 이주노동자와 난민을 힘들게 합니다. 예멘 난민 이슈가 한창이던 지난봄, 제주 도내에서 여성 변사 사건이 급증했다는 ‘루머’가 대표적입니다. 또 SNS에는 ‘우리 정부가 난민 1명 당 매달 138만원을 지원한다’는 허위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난민법을 폐지하라’는 청원에 서명한 국민은 무려 71만4875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이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합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대부분 범죄 유형에서 내국인 범죄 발생률이 외국인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8월 공개한 ‘한국의 범죄 현상과 형사정책(2017)’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인구 10만명당 범죄 인원 검거 현황은 내국인 평균 3368명, 외국인은 평균 1441명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또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자 수는 2016년 4만3764명에서 지난해 3만6069명으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청원에 답변한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이런 객관적 수치를 제시해 우려를 불식시키기보다는 “허위 난민신청자를 신속히 가려내겠다”고 답변한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시민단체들은 난민 혐오 불식을 위해 정부 역할을 강조합니다. 당장 정부가 펼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일까요. 난민에 대한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하고 학교 교육과정부터 다문화 가정, 난민, 이주노동자 등 외국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수업 편성 등등이 있습니다.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며 남긴 말입니다.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인종차별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 혐오를 멈추기 위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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