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발견때 26kg'-반년마다 임신테스트…현대판 亞노예 가정부

머니투데이
  • 이소연 인턴기자
  • 2019.03.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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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서 동남아시아 출신 가정부 여성 학대 극심 ... 법적 보호망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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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2011년 6월, 이스티 코마리야(26)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을 때 그는 26kg에 불과했다. 인도네시아 출신인 그가 3년 전 처음 말레이시아 부부의 가정부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46kg였다. 3년 간 부부를 위해 일했던 코마리야는 병원도 못 가본 채 굶어서 죽었고 부부는 과실치사로 20년형을 선고받았다.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또 다른 인도네이사 여성 어위아나 설리스트야닝시(23)은 홀딱 벗은 맨 몸에 찬 물을 끼얹고 선풍기 앞에서 2시간씩 오들오들 떨어야했으며, 고용인은 금속 관을 그의 입 안에 꽂아 넣어 입술을 찢기도 했다. 홍콩 법원은 그의 고용인 러우 완 텅(44)에게 6년 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2019년 3월 18일, 싱가포르 부부는 미얀마 출신 가정부 모 모 탄(32)에게 억지로 음식을 먹인 후 그 토사물을 마시게 하고 화장실도 못 쓰게 하는 등 2년간 학대를 자행한 죄로 감옥에 수감됐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동남아시아 출신 여성 노동자들은 "현대판 아시아 노예"라 불릴 만큼 수많은 폭력과 학대, 그리고 성폭행에 노출돼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몇 년간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동남아시아 '가정부'에 대한 학대와 인종차별이 빈발한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주 여성들은 "노예 같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일하며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고 있지 못하다.  

여성들은 대부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 출신이기 때문에 많은 사회적·문화적 편견에 맞닥뜨리게 되며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다. 홍콩 국제 이주민 동맹 의장인 에니 레스타리는 가정부가 "2등 시민"도 아닌 "3등, 4등 시민"처럼 취급받는다고 밝혔으며, 어떠한 법적인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는 "노예"라고 하소연했다.  

싱가포르 이민국 인권기구 전무 이사인 시나 칸와는 최근 몇 해 동안 가정부 학대 사건이 수없이 발생했지만, 이들에 대한 보호는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를 그는 "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게 특히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정부가 저임금 가정부의 노동력 덕분에 큰 혜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국가에선 과거와 달리 부유층뿐만 아니라 중산층 가정도 가정부를 고용하기 시작했으며 이주민 출신 가정부가 이들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SCMP는 지난 6일 이주민 가정부는 홍콩에 국가 GDP 3.6%인 약 14조 원만큼 기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도 각각 약 9조 2000억 원와 1조 원 정도로 기여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이주민 인권 비정부기구 이사인 조셉 폴은 여성들의 노동력이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후진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인들은 가정부가 자신을 위해 뭐든 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은 가정부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친절을 베풀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 이들 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여성 노동자들은 비인간적인 법 아래에서 고통받게 된다. 말레이시아 법은 실제로 여전히 가정부를 "노예"라고 고용법에서 지칭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6개월에 한 번씩 여성에게 임신 테스트를 강제하고 임신한 여성을 강제추방한다. 그리고 실제 법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신고를 할 수 없다. 높은 취업 알선 비용으로 막대한 빚을 진 상태로 일을 시작하고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월급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외신은 이주 여성이 아시아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일하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법에서 마저 마치 없는 사람처럼 여겨진다고 지적하며 이들이 처한 현실을 '보이지 않는 갈등(invisible struggle)'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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