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트 샤 인도 내무부 장관. [EPA=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2인자로 꼽히는 아미트 샤 내무부 장관이 또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가 분류하는 불법 이민자의 상당수는 수십 년 전 인도로 와 뿌리를 내린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모디 정부의 힌두민족주의 기조가 갈수록 강화되는 분위기다.

샤 장관은 지난 1일 인도 동부 웨스트벵골주 콜카타에서 가진 연설에서 국가 시민명부(NRC) 등록 제도를 확대하겠다며 불법 이민자를 모두 색출해 쫓아내겠다고 밝혔다고 NDTV 등 현지 매체가 2일 보도했다.

모디 정부는 올해 동북부 아삼주에서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겠다며 시민명부 등록 절차를 시작, 현지 주민 190만명이 무국적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한 1971년 3월 이전부터 아삼주에 거주했다는 것을 증명한 이들만 명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샤 장관은 이런 제도를 웨스트벵골을 비롯해 다른 곳에서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샤 장관은 지난 7월에도 인도 상원에서 "전국 곳곳의 불법 이민자를 철저하게 찾아내 국제법에 따라 쫓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등은 이 같은 인도 정부의 조치에 대해 소수 집단을 겨냥한 '인종청소' 시도라고 비판해왔다.

피해자 대부분이 무슬림인 데다 명부에 빠진 이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다시 시민권을 획득하려면 길게는 수년 이상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웨스트벵골은 야당이 집권한 주로 9천100만 주민 가운데 3분의 1이 무슬림이다.

일각에서는 모디 정부가 국가 시민명부 제도를 앞세워 현지 주 정부의 지지 기반을 흔들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권 확인을 위해 줄 서 있는 인도 아삼주 주민. [AP=연합뉴스]

실제로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은 지난 5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국가 우선'이라는 명분으로 연방 정부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이슬람계 주민이 다수인 인도령 카슈미르(잠무-카슈미르주)의 헌법상 특별지위를 박탈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인도 정부는 잠무-카슈미르가 가진 헌법상 예외 규정으로 인해 다른 국민이 차별받는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자치권과 특혜를 박탈당한 현지 주민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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