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너무 아껴요"…'20년' 이주노동자들의 '꼬레아'

▶1-3-2 날짜, 기자

2013-05-01 06:00 | CBS 박종관·전솜이 기자

산업연수생이란 이름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땅을 밟은 지 올해로 어느덧 20년이 됐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차별과 착취 속에 노동조합도 설립하지 못하고 있다. 제12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경기도 시흥의 한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출신의 부이 티린(26·여) 씨는 휴일도 없이 하루 12시간 넘게 재봉틀을 돌린다. 한국에 온 지 벌써 4년 6개월, 이제는 적응될 법도 하지만 일은 여전히 고되기만 하다.

"가장 힘든 건 (일하는) 시간이 너무 많은 거죠, 쉬는 날도 뭐 적고. 평일에도 야간 (근무) 많이 하고. 일이 많으면 하루에 한 12시간 근무해요. 휴일? 바쁜 데도 다 일해요".

월급이라도 꼬박꼬박 나오면 다행. 일은 일대로 하고 돈을 떼여도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아스라풀 바리(28) 씨는 "사장님에 따라서 다르잖아요. 어떤 사장님은 너무 아껴서 조금 못 받은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해, 그냥 넘어갔어요. 말은 못하고. 어쩔 수 없잖아요"라고 토로했다.

몸이 아파도 혹시 쫓겨날까봐,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한다. 경기도 평택의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네팔인 티르타(34) 씨는 "아프면 병원을 가야 되잖아요. 근데 사장님이 병원에 가지 말라고 해요. 휴일에도 대부분 일하니까 두통처럼 조금씩 아픈 건 아예 치료를 받으러 갈 시간이 없는 거죠"라고 말했다.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경우엔 성폭력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주민을 위한 인터넷 방송인 '이주민방송(MNTV)'과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가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여성 이주노동자 205명 가운데 10.7%가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의 68.2%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는데 이유는 '불법체류를 신고하겠다', '월급을 주지 않겠다'는 협박 탓이었다.

고용허가제에 의한 비전문취업 비자(E-9)로 한국에 온 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난 3월말 현재 17만 9,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들은 오늘도 단속과 추방에 대한 공포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차별과 착취를 줄이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했지만 대법원은 6년 넘게 판결을 미루고 있다.

지난 2007년 2월 서울고법 특별11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면서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이상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이주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취업자격을 얻어 우리 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지난 3월말 현재 52만 4,000여 명에 이른다.

취업을 꺼리는 온갖 3D 업종에서 일하며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는 동시에 작업장과 사회에서는 인종 차별로 고통받는 이들.

우리가 이제는 '낯선' 이방인이 아닌 '동료' 노동자로 그들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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