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창립총회 “인권침해 단속 추방 반대”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독자적인 노동조합의 깃발을 들고 나섰다.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날 창립총회에서 노조 규약을 만들고 노조위원장과 감사 등 노조 설립에 필요한 임원을 선출했다. 이날 총회에는 수도권 중소 공장의 3디 업종에서 일하는 필리핀,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네시아 등의 불법체류 노동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노조를 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온 지 13년이 되는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샤낄(39)은 “2~3년 전에 노조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뒤늦은 감이 있다”며 “우리도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팔 출신의 텐징(29)은 “노조를 어렵사리 만들어서 그런지 더 뿌듯하다”면서도 “노조 결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독자 노조를 설립하고 나선 것은 현행 고용허가제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등 문제점이 있는데다, 정부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강력하게 단속한 뒤 추방하는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무수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등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선영 민주노총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사무국장은 “40만명의 이주노동자 가운데 18만명이 미등록 노동자 신분이고, 8월이면 추가로 11만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생긴다”며 “정부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이주노동자를 잡아들이고 단속 과정에서 가스총을 사용하는 등 인권침해가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노조는 규약에서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 반대 △이주노동자 근로조건 개선 및 권리 확보 △이주노동자 합법화 등을 목적으로 내걸었다. 노조는 우선 서울과 경인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단위의 노조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방글라데시 출신의 아노아르(34)는 “이주노동자들은 많은 탄압과 차별을 받으며 기계처럼 살아왔다”며 “당당한 노동자로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고, 노동허가제 입법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노조가 정부로부터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조에 가입한 외국인 노동자 대다수가 불법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노조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노동부에 설립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만약 노조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법외 노조로서 합법화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이주노동자 노조에 불법체류자들이 많지만 이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노조로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도권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정식 출범한다
[인터뷰] 안와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지부장

    전민성(minsungch) 기자  



출입국관리국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4일 수도권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설립된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안와르 이주 지부장을 만났다. 안와르 이주 지부장에게 오는 24일로 예정되어 있는 노동조합 창립 준비과정과 출입국관리국의 강도 높아진 단속,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안와르 이주 지부장은 “지난 1월에 대표자들이 경기북부, 경기남구, 인천 등 지역을 구성했고 3월 13일 1차 대표자 회의를 진행했다”며 “4월 24일에 창립총회가 잡혀있고 그동안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났지만 요즘 단속이 심해져 지역에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E-9 비자가 8월 말이면 만료되고 그때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30만 명이 될 것”이라며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들은 현재 하루 13~16시간 일하면서 최저임금 64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 중 브로커에게 500만원에서 최고 1200만원까지 내고 들어온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와르 이주 지부장은 “앞으로 비인간적인 단속추방을 막아내고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을 얻어낼 것”이라며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합법화를 통해 노동비자를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주노조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이 함께 힘을 모아 8월에 노동허가제를 입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수도권 노조결성 진행은 어디까지 됐나
"지난 1월에 대표자들이 경기북부, 경기남부, 인천 등 지역을 구성했고, 3월 13일에 1차 대표자 회의를 진행했다. 일주일씩 돌아가며 지역회의와 대표자 회의를 하고, 조합규칙과 규정들을 만들었다. 4월 24일에는 창립총회가 잡혀 있고, 그 동안 어느 정도 준비 됐지만, 요즘 단속이 심해져서 지역에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지역의 책임 있는 조합원들이 단속에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단속에 걸린 조합원들은 누구인가?
"안산에서 준비위원 4명, 월요일(11일)에는 신도림 평등노조 사무실 앞에서 쥬엘, 엠비가, 수요일에는 오산에서 거겐드라, 지번, 란 바하두르 등 6명이 잡혀갔다. 거겐드라는 오산지역 네팔 대표였고, 지번은 명동성당 농성 때 함께 했던 동지다.

수원에서도 주말에 네팔공동체 대표 등 4명이 잡혔다. 큰 버스를 갖다놓고, 봉고차를 타고 공장을 돌며 잡아다 큰 차에 옮기는 방식으로 한 번에 2~30명씩, 하루 5~600명 정도 단속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 사무소는 지난 3월, 올 8월 말까지 15만 명을 잡아 강제출국 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E-9 비자가 8월 말이면 만료되고, 그때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30만 명이 될 것이다. 고용허가제로 들어 온 이들은 현재, 하루 13~16시간 일하면서 최저임금 64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그들은 브로커에게 500만원에서 최고 1200만원까지 내고 들어 온 사람들도 있다."

- 단속의 강도가 심해졌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오산의 경우 3명씩 교대로 야근 작업을 하며, 한 조는 자고 한 조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출입국 직원 20명 정도가 공장을 에워싸고 들어왔다. 기숙사에서 자고 있던 3명도 연행해 갔다. 지난 주 평택에서도 3명의 조합원이 잡혀갔다.

그들은 화성 보호소에서 2주를 보내고, 오늘 아침 출국 당했는데, 30명이 자는 보호소에 60명 정도를 수용해 모두들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서 있는 상태로 보냈다며, 하루빨리 본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체불임금이나 퇴직금조차 받지 못했다. 한 사람은 그 공장서 8년을 일했는데, 사장이 일 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진술해,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떠났다.

- 단속과정에서 다친 사람은 없는가?
“일산에선 단속을 하던 중 한 필리핀 여성이 다리가 부러져서 단속반이 버리고 갔다. 보통 단속 중에 사고가 나면 버리고 간다. 그런 인권유린 사례들은 미디어를 통해 알려나갈 것이다. 29일 민주노총 서울지역이 차별철폐 행사를 갖는다. 그 때 수도권 이주노동자 조합은 출입국 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 5월 안에 수도권 노조 만들고, 올해 안에 전국 노조를 만들 예정이라고 들었다. 어렵지 않겠나?
“어렵다. 그렇지만, 지금 포기하면, 앞으로 더 힘들어 질 것이다. 적은 숫자지만, 계속 나아갈 것이다. 농성장을 정리하고 난 후 우리는 큰 투쟁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정부의 단속이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우리가 투쟁을 만들어 나가면 상황은 나아질 것이다. 모두들 투쟁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싸움이 어려우니까 함께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계속해 나갈 것이다.”

- 민주노총이 전국노조 만들면 노조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지난 간담회 때 우리가 민주노총의 '정식 전국노조'가 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장은 전국 노조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은 수도권 노조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 간담회 일정, 계획 등이 나왔다. 우리의 지역이 서울 뿐 아니라 인천, 경기를 포함하고 있어 (한국 노동자들의)더욱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 이주노조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우선 비인간적인 단속추방을 막아낼 것이다.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을 얻어낼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합법화를 통해 노동비자를 얻을 것이다. 이주노조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이 함께 8월에 노동허가제를 입법하기로 했다.

- 명동성당에서 농성할 때도 민주노총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지난 3월말에도 민주노동당이 노동허가제를 입법할 것으로 얘기했지만, 못했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어떻게 할 계획인가?
"이전에는 한국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 회사가 이주노동자들을 써서 한국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지부가 생기고, 우리가 간담회에 참석하여 한국노동자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한국노동자들도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더 알게 되었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주노동자의 지위가 향상되지 않는 한 한국노동자들의 노동 조건도 나아지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함께 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이주노동조합은 5월부터 강제추방에 반대하는 서명운동과 지역의 이주노동자 단속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실질 수사팀을 가동할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정식 노조가 아니었던 '이주지부’는 오는 24일 오전, 동국대에서 ‘이주지부 해산 총회’를 갖고, 이어 오후 1시에는 정식으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창립총회’를 통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정식으로 출범시킨다.  


이주노동자 방송국 (www.migrantsinkorea.net/blog)에도 송고했습니다. 전민성 기자는 오는 5월 18일 개국예정인 이주노동자 방송국의 서울지역 팀장입니다.


2005/04/22 오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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