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아노아르가 계속 나올 것”

이주노조, 22일 명동성당에서 위원장 표적단속항의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지난 19일 서울출입국관리소 앞에서 규탄대회를 연 데 이어 22일에는 소속 60여명의 조합원을 포함해 각계 약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이주노조 탄압 분쇄와 위원장 구출을 위한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강제추방 중단, 고용허가제 폐지 및 노동비자 발급"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대회에는 출입국관리소의 단속 위협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참석해 "정부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의 완전한 노동3권 쟁취를 위해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혀 대회의 의미를 더했다.

"노조설립허가조차 내지 못하는 이 나라 수치스럽다"

이날 대회에서는 아노아르 위원장 표적 단속에 대한 강력한 규탄 및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이 쟁취되는 날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 발언이 이어졌다.

대회사에서 이주노조 까지만 사무국장은 "아노아르 위원장 표적 단속에 대해 법무부는 일상적인 단속차원이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출입국사무소 직원도 인간인데 새벽12까지 일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누가 들어도 코웃음 칠 변명에 불과하다"고 법무부의 해명을 일축하고 "비록 위원장은 연행됐지만 이주노조의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대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민주노총 신승철 부위원장은 "이주노조에 대한 탄압이 강도를 더 해 가고 있어 과연 오늘 대회가 가능할 것인가 걱정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게 돼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고 "어떤 탄압에도 굴하지 말고 이주노조가 인정되고 노동3권을 쟁취하는 날까지 투쟁하자"고 격려했다.

신 부위원장은 특히 "금속노조는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각 단위노조에 이주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규약을 개정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며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의 단위노조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양혜우 소장은 인천에 거주하던 한 이주노동자가 밀린 퇴직금을 받기 위해 회사를 찾아갔다 사장에게 폭행을 당한 뒤 경찰서로 갔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도리어 출입관리소에 구금됐던 사례를 전하며 "당시 담당 형사를 만나 항의했더니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 이럴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며 사과를 하더라"며 "사회의 정의를 위해 일한다는 경찰조차 부끄러워하는 일을 이 정부가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노조 설립허가조차 내지 못하고 오히려 위원장을 미행해 연행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수치스럽다"며 "그러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과 추방을 경찰조차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분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참석한 이들의 힘을 북돋기도 했다.

아노아르 위원장 "살아도 이 땅에서 살고, 죽어도 이 땅에서 죽겠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지난 14일 연행 후 오늘로 9일째 청주보호소에서 수감 중인 이주노조 아노아르 위원장이 전화를 통해서나마 투쟁의 결의를 밝혀 조합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먼저 "이렇게 연행돼 조합원들을 오히려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인사를 전하고 "비록 저는 연행됐지만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다른 누구의 힘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노조를 인정받고 노동3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나가자"고 호소해 참석자들의 갈채를 받았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이어 "저는 살더라도 이 땅에서, 죽더라도 이 땅에서 죽을 것"이라며 "비록 몸은 갇혀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비장한 결의를 전하기도. 특히 발언 말미에 아노아르 위원장이 "동지들이 보고 싶다. 그것 말고는 어려운 점이 없다"고 동료들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자 자리에 함께하고 있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눈시울을 붉혀 다른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이주노조 "아노아르 위원장 석방, 노동3권 쟁취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 약 두 시간여 동안 계속됐던 이날 대회는 결의문 채택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결의문에서 대회 참석자들은 "아노아르 위원장 강제연행은 새로 건설된 이주노조에 대한 탄압”이라며 “그러나 정부의 광폭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아노아르 위원장 석방 및 노조 탄압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이 땅의 당당한 노동자인 우리는 노동자의 온전한 권리인 노동3권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전면 합법화, 고용허가제 철폐, 노동비자 쟁취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한편 이주노조는 오는 24일 수원출입국사무소 앞에서 강제연행, 폭력 단속 중단을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최미라 기자 (mee1005@prometheus.co.kr)
(*기사출처 : 프로메테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