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수생, 중기협 등 손해배상 청구소송  

"인권침해의 온상 연수관리기관 관리책임 안지고 외려 협박"
  
산업연수생을 관리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기협)과 사후관리업체를 대상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서 주목된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17일 오전 여의도 중기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권침해의 온상인 산업연수제 연수관리기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이들 연수관리기관의 고용허가제 사후관리기관 편입을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사진>


ⓒ 매일노동뉴스


이들은 “산업연수제가 실시된 지난 15년간 산업연수생들은 최저임금 미지급, 임금체불, 산재은폐, 신분증 압류와 강제적립 등 심각한 노동권과 인권침해를 당해 왔다”며 “그러나 산업연수제의 운영주체인 중기협과 사후관리업체는 자신들의 관리책임을 이행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연수생을 협박하고 문제를 은폐하는 등 산업연수생의 절박한 호소를 묵살해 왔다”고 주장했다.<피해사례 참조>

특히 이들은 파키스탄 사후관리업체인 N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례가 심각하다는 설명이다.<인터뷰 참조> N사는 연간 100억원이 넘는 돈을 연수관리비 명목으로 받고도 연수생관리는 사후관리업체로 떠넘기고, 중기협은 그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도외시 해 산업연수생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이주인권연대는 피해이주노동자 10명과 함께 N사와 중기협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송출기관과 중기협의 소극적 형식적 관리·감독으로 근무처 변경, 산업재해 적용, 연수업체의 부당행위 처리, 임금체불 등 연수생과 연수업체 간 발생하는 분쟁상황에서 산업연수생들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산업연수제의 즉각 폐지와 연수관리기관의 고용허가제 사후관리기관 편입 반대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2007년 1월부터 산업연수제도를 폐지한다고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송출국에서는 연수생 배정과 모집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정부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더불어 이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중기협과 15개국 50개 사후관리업체를 다시 고용허가제를 통한 사후관리기관으로 참여시키려 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즉 기존의 산업연수제 하의 연수관리기관을 고스란히 고용허가제 하의 연수관리기관으로 데리고 오겠다는 것으로 고용허가제를 ‘제2의 산업연수제’로 전락시키는 것이란 주장이다.

따라서 이들은 △산업연수제 폐지 약속 즉각 이행 △억울하게 귀국되거나 미등록된 산업연수생 구제 △중기협과 사후관리업체 실태조사 및 위법행위 조사 후 사법처리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기협의 한 관계자는 “연수관리기관의 고용허가제 사후관리업체 편입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것으로 우리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라며 “(송출비리, 사후관리문제 등은) 현재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중기협을 대상으로 손배소송을 하는 것은 안 맞는다”고 밝혔다. 한편, 중기협은 120억원, 사후관리업체는 165억원 등 연간 총 285억원을 산업연수생으로부터 직접 ‘사후관리비’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연수생 피해사례
여전히 맞고 다치고 쫓겨나고
강제출국 두려움 때문에 말도 못해…송출비리도 여전히 심각  
산업연수생에 대한 관리회사의 횡포로 인한 피해 사례는 꽤나 많이 포착됐다. 외국인력이 도입된 지 15년이 됐건만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맞고 다치고 쫓겨나고 강제출국 당하고 있었다. 송출비리도 여전했다.


네팔 노동자 아디카리씨는 2003년 10월부터 가로등 기둥 제작업체에서 하루종일 서서 그라인딩 하고 들어올려 다음 단계로 넘기는 작업을 하다가 2004년 4월 발뒤꿈치, 급기야 7월 허리까지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꼈다. 아디카리씨는 송출업체 ㄹ사에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ㄹ사는 사업주에 강제출국을 권유하고 직접 티켓을 끊고 그를 감금했다. 간신히 탈출한 그는 산재승인을 받고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다른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ㄹ사는 중기협 비리사건과 연루된 계약이 해지됐다.


사업장 변경 요청으로 인한 피해 사례. 파키스탄 노동자 아시라프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적용받지 못하자 사업주에 문제제기를 했고 사업주는 사후관리업체 N사의 통역인에게 전화해 ‘지금 사정이 어려워서 그러니 조금만 참아달라’는 말을 전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잘못된 통역으로 더이상 회사에서 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회사측은 이탈신고를 하면서 다른 사업장 변경도 불가능한 상태. 결국 인권단체의 노력으로 그는 힘겨운 복직을 했지만 복직 하루만에 한국인 동료에게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폭행을 당했고, 그는 사후관리업체에 신고했지만 아무도 현장에 오지 않았으며, 병원 입원 후에도 확인이 없었다. 이후 인권단체의 중기협에 고발하겠다는 말에 사후관리업체는 비로소 사건조정에 나섰으며, 6개월이 지난 뒤에야 힘들게 사업장 변경을 했다.


다음은 송출비리 사례. 파키스탄 산업연수생 자만씨는 2004년 송출관련 브로커 하지 아리프를 알게 돼 그를 통해 833달러의 수수료와 33달러의 건강검진을 받고 송출업체인 N사의 직원 하산에게 산업연수생 비용 4,666달러를 지불했다. 자만씨는 영수증을 요구했지만 한국에 도착하면 주겠다고 했으나 출국 전 공항에서 받아든 영수증은 1,080달러(공식송출비용)이 전부였다.


강제출국만큼 산업연수생들을 괴롭히는 것이 없다. 필리핀 산업연수생인 방글로이씨와 그의 친구는 연수기간이 끝나 재계약을 하는데 회사가 퇴직금을 요구할 경우 기숙사비와 식대 등의 생활비를 공제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자 회사는 2명에게 필리핀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이들은 다급하게 인권모임에 연락했으나 인권모임이 사후관리업체 ㅍ사에 전화했더니 ‘잘 해결됐다’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그날 오후 방글로이씨 등은 곧바로 필리핀으로 출국 당했다.


폭행과 강제적립금, 신분증압류 등의 인권침해 사례는 주요하게 꼽히는 사안. 인도네시아 노동자 압둘씨는 회사가 통장과 외국인등록증을 보관하다가 2년 후에야 돌려받는가 하면 회사는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도 매월 10만원씩 강제적립하고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때 돌려주겠다며 아직까지 통장을 주지 않고 있다. 이를 송출업체인 ㄱ사에 제기했으나 아무 것도 해결해준 것이 없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손해해방 청구소송을 준비하면서 중기협과 사후관리업체들로부터 발생한 전국적인 피해사례를 수집한 것”이라며 “이 피해사례들은 전세계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대판 노예제도 산업연수제의 반인권적 성격을 드러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후세인(24·파키스탄 산업연수생)
“우린 쓰레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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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쓰레기가 아닙니다. 우리도 아픕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합니다. 하지만 병원 갔다왔더니 회사는 단체행동이라며 우리를 길바닥으로 쫓아냈습니다.”


지난 9월 입국한 파키스탄 산업연수생 후세인씨는 운동화 제작업체인 부산 ㅌ산업에서 파키스탄 동료 10여명과 함께 근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파키스탄 동료가 나흘만에 병이 들었다. 이를 사후관리업체인 N사에 얘기했더니 15일만에 동료를 강제출국 시켜버렸다.


“이어 저를 비롯한 5명의 산업연수생도 병이 들었고 결국 병원에 갔다왔더니 회사는 더 이상 일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독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이어서 근무한 지 얼마 안 돼 어지럽고 토하는 증세가 발생한 것. 하지만 회사는 임금도 체불하고 치료도 해주지 않은 채 강제출국 위협을 하며 이들을 한달만에 길거리로 내쫓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후관리는 없었다는 것. “끝까지 싸울 겁니다. 지금 우리가 싸운다는 N사가 본국의 가족들까지 협박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상태에서 물러날 순 없습니다.”


이런 후세인씨도 바람은 소박하다. “저 여기 올 때 6천달러(600만원)의 수수료를 냈습니다. 앞으로 정상적인 회사에 배정받아 정상적으로 임금 받고 살고 싶어요.”  


<인터뷰> 따신(26·파키스탄 산업연수생)
“사후관리업체가 신경 썼더라면”  

ⓒ 매일노동뉴스

“회사가 임금체불을 해서 노동부에 진정을 했어요. 그랬더니 회사가 우리를 불법체류자라고 경찰서에 신고했습니다. 그래서 사후관리업체인 N사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N사는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외면하더군요.”


한국에 온지 1년5개월가량 된 파키스탄 산업연수생 따신씨. 그는 이 사건 이전 부천 ㅁ건철에서 일하던 중 한국인 관리자의 잦은 폭행을 견디지 못해 사후관리업체 N사에 동료 2명과 함께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결국 해머로 폭행까지 하려는 상황에서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사후관리업체에 이를 알렸지만 사후관리업체는 ‘몰랐다’, ‘연락도 못받았다’고 부인하는 상황. 그러다가 회사를 나올 때 1개월여치의 임금을 받지 못해 임금체불로 신고했다가 회사의 이탈신고로 불법체류자가 돼 버렸다.


따신씨는 “이해할 수 없는 건 어떻게 노동부에 진정하는데 그 자리에서 회사직원이 직접 경찰에 전화해서 경찰이 올 수 있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맞으면서 일했지만 갈 곳이 없어 회사에 전화해서 다시 일하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만약 사후관리업체가 신경썼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역시도 끝까지 소송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