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주고, 병 키워도 ‘나 몰라라’ 외국인 보호소
이주노동자 통증 호소에 6개월간 항생제만
변정필 기자 bipana@jinbo.net / 2008년01월22일 17시31분

2007년 7월 창신동에서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당한 후 7개월째 화성 보호소에서 구금된 네팔 노동자 수바수 씨. 그는 1월 4일 당뇨병 판정을 받았다. 당뇨병 판정 당시 그의 혈당치는 487mg/dl로 정상인의 네 배 가까이 되는 수치였다.


▲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수감중인 수바수씨 [출처: 이주노조]

당시 2-3개월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수치인 당화혈색소는 14.3%로, 그 전 3개월간의 평균 혈당이 400mg/dl이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일반적인 내국인의 경우 9%만 넘어가더라도 입원을 권유받는 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수바수씨의 상황은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시급한 치료 필요한 환자 보호해제 거부


그러나 보호소는 혈당강하제를 처방한 것 이외의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은 15일 수바수씨의 상황에 대해서 강력히 항의를 하며 일시보호해제(석방)을 요구했지만, 16일 서울출입국사무소는 수바수씨를 관찰 중에 있으며 “정밀진단을 준비 중에 있다”는 말로 사실상 일시보호해제를 거부했다.


보호소 측은 당뇨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데 환자의 의지가 별로 없다”며 “매일 누워서 생활하고 관리자들이 지적해도 듣지 않는다”며 문제의 원인을 환자에게로 넘겼다. 그러나 수바수씨는 지난 이주노조와의 면회에서 “이번 주 실외 운동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추워서 운동이 없다고 했다. 1번 실내 운동을 했다”며 보호소 측의 주장과는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울러 보호소라는 고립된 환경과 스트레스, 그리고 불안정한 조건은 수바수씨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요인”이라고 공유정옥 한국노동보건안전연구소 소장은 지적하고 있다.


공유정옥 소장은 현재 수바수씨가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인슐린 치료 등의 보다 적극적인 혈당 강하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인슐린 치료의 경우 초기 투여에 따른 저혈당 등의 문제 때문에 환자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간호가 가능한 입원치료를 권유”한다는 소견을 밝히고 있다.


본인이 원해서 처방했다?


수바수 씨는 당뇨뿐만 아니라 작년 10월에는 치과질환을 앓아왔고, 3개월 전부터 복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해왔다. 그러나 보호소측은 특별한 진단 없이 ‘본인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항생제를 처방해왔다. 당뇨환자에게 정확한 진단 없이 항생제를 처방하게 되면 오히려 부작용을 키울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병 주고, 병 키우는 외국인 보호소


보호소 내에서 구금된 이주노동자들이 병을 방치하거나 키운 것은 수바수 씨만이 아니다. 외국인 보호소에 장기구금 중인 난민신청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은 “오랜 수감생활을 하면 공기나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소화기가 나빠지고, 음식도 맞지 않고, 운동도 제대로 시켜 주지 않기 때문에 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와 약품이 전무한 상황에서 외부진료를 해야 하지만 보안문제와 돈 문제 등으로 이주노동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외부진료를 해야 할 경우 자비부담이기 때문에, 장기구금으로 돈이 바닥난 경우에는 외부진료마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2년 째 외국인 보호소에 수감중인 가나 출신 이주노동자 마이트 씨는 눈병과 전립선 비대증을 겪고 있지만 치료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보호소 의료시설로는 병이 잘 낫지 않고, 돈이 없고, 직원들이 병원까지 따라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외부진료도 쉽지 않다”는 것이 이광열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이광열 사무국장은 마이트 씨의 사례외에도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병을 키우는 여러 사례들을 많이 보아왔다고 설명했다. 이광열 사무국장은 “교도소나 구치소는 절차가 있지만, 보호소의 경우는 오히려 이런 절차도 무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형사범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주노조는 수바수 씨 관련해서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으며, 보호일시해제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