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세계포럼에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로 저항하다
[기고]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GFMD) 대응 국제행사 참관기
정영찬(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 2008년11월04일 11시28분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lobal Forum on Migration and Development, GFMD)'은 2006년도에 뉴욕에서 열렸던 이주와 개발에 관한 유엔 고위급 담화에 이어 2007년 7월에 벨기에 정부의 주최로 브뤼셀에서 처음 개최 되었다. 이번 필리핀 마닐라에서 10월 27일부터 30일 까지 개최된 제 2회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은 이를 뒤따르는 것이며 공식적인 시민시회의 날(27~28)과 정부의 회의(29~30)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은 제 1차 회의 결과에서도 보듯이 이주민의 안전이나 권리보다는 일시적이고 순환적인 이주 모델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저숙련 노동자들의 이주를 억제하거나 금지하려고 해서 중개업체들이나 고용주들에 의해 이주노동자들이 비정규적이고 임시적이며 억압적인 상황을 초래하게 하고 있다.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은 기본적으로 이주가 점차 "각 나라 상호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간주하고 해외송금 행정은 민영 부분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정책과 집행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 세계에서 온 각국 노총 대표자들과 이주운동 단체들은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 기간 중 이주민들과 시민 단체들이 철저히 배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공식 행사에 앞서 주체적으로 22일부터 자체 행사를 조직했다. 이는 이주노동자 운동에 대한 국제적 흐름과 다양한 의제와 입장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자리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민주노총, 건설연맹 그리고 이주노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성원들을 민주노총 참가단으로 구성해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 대응 행사에 참여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과는 다르게 국제산별연맹(GUFs)이 시민사회 날 참여를 공식 선언했고 국제노총(ITUC) 위원장인 쉐론 버로우(Sharon Burrow)가 시민사회의 날 대표를 맡아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국제건설목공노련(BWI)소속 건설연맹과 국제노총 소속 민주노총의 참여는 이런 과정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22일에서 30일까지 국제 연합체인 이주권리인터내셔널(Migrant Rights International, MRI)과 아시아 지역 연합체인 아시아이주포럼Migrants Forum in Asia, MFA)을 비롯한 필리핀 및 각국 이주에 관한 NGO 단체들이 모여 '이주, 개발, 인권에 대한 민중행동(People's Global Action on Migration, Development and Human Rights,PGA)'을 개최했다. '이주, 개발, 인권에 대한 민중행동(PGA)'의 핵심행사로 24일에서 25일까지 아시아이주포럼(MFA) 제 11차 이주 지역회의가 "개발의 권리: 이주민과 민중의 전망과 전략"이란 주제로 진행 되었다. 이곳에서는 이주권리인터내셔널(MRI), 아시아이주포럼(MFA)을 비롯한 이주노동자 지원활동을 하는 전 세계 NGO단위들이 모여 공식 시민사회의 날 참여를 위해 시민, 사회운동단체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고자 했다.


이와 함께 국제산별연맹의 행사는 24, 25일 마닐라 트레이더스 호텔에서 진행 되었는데, 200여 명의 노조 대표들이 대규모로 참여한 이주에 관한 첫 국제노동운동 회의라는 점에서 역사적이었다. 이어 26일에는 노조 단위들이 국제민중행동에 결합해서 주제별 워크숍과 전체 회의가 진행 되었다.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에 대해 공식적 반대의 입장을 표명한 국제이주민동맹(International Migrants Alliance, IMA)은 28~30일까지 "이주민과 난민의 국제대회"란 이름으로 자체적인 행사를 진행하였다.


'이주, 개발, 인권에 대한 민중행동(PGA)'에 참여한 시민,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국제적인 이주문제를 함께 논의할 공식적인 틀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현재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이 이주노동에 대한 규제와 통제 그리고 각국의 경제개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개회사를 맡은 유엔 대사 루이스 알폰소 데 알바(멕시코)는 UN안에 저개발 국가의 목소리를 더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에 관환 회의가 필요하며 저개발국 사이에 새로운 협조,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이민자.난민권리 전국네트워크National Network for Immigrant and Refugee Right, NNIRR) 소속인 콜린 라자는 행사기간 동안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에서는 기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으며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이라는 것이 신자유주의 흐름을 강화하는 속에서 생겨났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명목적으로 이주, 개발, 인권의 담론을 내세우지만 결국 △다자간 무역협약 △이주 관리 △이주민의 통제와 범죄화를 기반으로 한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 했다.


전체적으로 '이주, 개발, 인권에 대한 민중행동(PGA)' 기간 동안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금융세계화 속 이윤 창출과 개발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존 정부 측 입장은 운동단체들이 바라보는 이주에 대한 관점과는 쉽게 논의될 수 없는 괴리를 보였다. 이주에 관한 논의는 △이주의 원인 △이주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이주국의 노동 상황과 이주민에 대한 정책 △본국의 이주노동에 대한 입장과 정책적 흐름에 대한 면밀히 검토가 필요하며 문제의식의 출발점이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인권과 동일하다는 기본 이해에서 시작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제시됐다.


24일에는 "이주와 노동권- 앞으로 나아갈 방향 찾기: 조직화와 공동계획 구축"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민주노총, 홍콩노총(HKCTU), 네팔노총(GEFONT), 필리핀진보노동자연맹(APL)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각국 노총들의 국제연대 활동을 평가하고 이주노동자 조직화 방법과 각국 노총의 역할 강화를 위한 전략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24일∼25일 양일간 개최된 국제산별연맹 노동조합 포럼-"노동자 운동/인권-국경을 넘어선 노동조합"-에서는 각국 노총들의 조직화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에 관한 발표가 이어졌다.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은 남한 이주노동자의 조직화 방법 세 가지(이주노동자 주체적 조직화, 산별 조직화, 지역 조직화)에 대해 발제 하였다.


양일간 회의에서 각국 노총들은 △이주노동자의 조직화는 가능하며 이주노동자의 노조(설립, 가입)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회운동단체와 긴밀하게 협조를 해야 한다. △각국의 노동법이 이주노동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국제적 조약을 비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인정하고 국내 법제도와 통일 시켜야 한다. △이주에 있어서 젠더 문제(여성의 저임금, 더 열악한 노동환경)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이주노동자를 상품으로 보는 이주정책을 강력히 규탄해야한다는 의견을 모았고 본국정부들이 노동력 수출과 송금 수입에만 집중하고 국가 개발을 위한 정책은 부재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26일 이주권리인터내셔널(MRI), 아시아이주포럼(MFA)을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와 노조단위가 말레이트 기독교학교에 모여 주제별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곳에서는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에 공식적으로 요청할 요구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각국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공동활동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민주노총 참가단이 참여한 미등록이주노동자 조직화 세션에서는 ‘등록/미등록에 상관없이 결사의 자유권’이 주어져야 하며 이를 탄압하고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국가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이주노조 탄압 실태의 심각성을 고려, 첫 번째 집중 대응 국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번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을 계기로 필리핀으로 모인 전 세계 활동가들과 이주노동자들의 직접행동은 27일 아침 마닐라 시내에서 있었다. 약 천여 명이 참여한 이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주노동권은 근본적인 인권이다. 이주노동자는 상품이 아니다."를 외치며, 세계 각국 이주노동자들이 직면해 있는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고, 평등한 대우, 차별금지, 노동권 보장을 각국 정부에 촉구하였다. 비록 필리핀 경찰의 저지로 행진은 도중에 가로 막혔지만 그간 논의해온 문제의식과 과제들이 단순히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함께 실천하고 행동하는 자리를 가졌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한편 28~30일 까지 진행되었던 "이주민과 난민의 국제대회"에서는 GFMD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이 행사의 중심 조직이었던 국제이주민동맹(IMA)은 2008년 6월 홍콩에서 출범한 국제 풀뿌리 이주민 단체 연합으로 이번 대회에서 주체적 이주민 공동체의 발언과 이주민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은 철폐되어야 하며 본국의 노동수출 정책과 이주국의 노동유연화 정책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28일 진행된 동시워크숍에서는 "노동과 이주: 노동운동의 과제"란 주제로 홍콩의 필리핀 가사노동자 노동조합 사례와 이주국인 호주, 벨기에 노조들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경험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다. 이주노조 전 사무국장 마숨 동지는 평등노조이주지부(ETU-MB)와 이주노조(MTU) 활동경험을 바탕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주체적인 조직화 경험에 대해 발제했다.


끝으로 "이주민과 난민의 국제대회"의 참가자와 필리핀 민중연합인 바얀(BAYAN) 소속 단체 참가자들이 29일 2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진행함으로써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이번 행사 참여로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을 바라보는 공식 입장 정리가 필요함을 인식 할 수 있었고 각국의 새로운 이주운동 경험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이주(migration)'라는 단일 이슈만으로 전 세계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제회의와 공동행동을 실천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번 국제행사는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회의 기간을 끝으로 참가자들은 현 금융위기 속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계층이 이주노동자임 확인하고 자신의 활동 공간으로 돌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끈끈한 국제연대를 다짐하였다. 우리 역시 내년 그리스와 2010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예정인 '이주와 개발에 관한 세계포럼(GFMD)'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내 이주운동 발전에 더 많은 관심, 열정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