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없는 단속?…“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은 살인”

"미등록 양산한 고용허가제 정책 폐지가 우선돼야"

중국인 여성이주노동자 A 씨는(22) 여느 날처럼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3월 22일 오후, 관리부장이 소리쳤지만 기계 소리에 섞여 잘 들리지 않았다. 뒤늦게 “도망 가”라는 말을 알아듣고는 동료 2명과 함께 좁은 기계실에 몸을 숨겼다. 똑똑, 문 두드림과 함께 “나오라”는 큰 소리에 동료와 함께 좁은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곧바로 문을 두드리던 이들이 쫓아왔고, A 씨는 필사적으로 피하다 5m 아래 절벽으로 떨어졌다. 발목이 으스러져 전치 8주 진단을 받았지만, A 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에 붙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법무부는 2018년까지 외국인 불법체류율을 10% 미만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핵심은 이민자에 대한 안정적 정착 지원과 단속 강화다. 그러면서 미등록이주노동자 강제단속 추방을 위해 ‘수도권 광역단속팀’과 ‘영남권 광역단속팀’을 가동해 정부합동단속을 연간 20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단속 지침으로 공장 또는 주거시설 급습, 심야 단속, 미란다원칙 미고지 등을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A 씨와 같은 사례는 매년 일어나고 있다.

이에 이주노동자인권단체 등은 “미등록이주노동자가 증가하는 이유인 정부의 잘못된 고용허가제에 대한 대책은 없고 숫자만 줄이고 보자는 정부의 반인권적 단속추방방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7일 오전 11시,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와 부산울산경남이주공동대책위원회도 대구시 동구 검사동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추방 방침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오세용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이주노동자에게 단속은 살인이다. 단속이 심해지면 사고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나. 한국 젊은이들이 일하다 2~3시간이면 도망가는 그런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3D 업종을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가 설사 체류비자가 없더라도 이렇게 가혹한 대우와 인권유린을 당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며 “나라 경제를 떠받치며 3D 업종의 어려운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다. 인권과 노동권을 개선해주지는 못하고 매년 ‘사람 잡는’ 단속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년 23%의 이주노동자가 미등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고용허가제 때문”이라며 “사업주 마음대로 이탈신고를 하면 이주노동자는 비자를 잃는다. 열악한 근로조건을 견디지 못해 일을 그만두면 비자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단속 이전에 고용허가제부터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김병조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단속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절차를 지켜 인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야간 단속, 시장, 마트 등 생활지 단속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속추방 정책의 폐기 없는 안전한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이주노동단체들은 4월 내 영남권 광역단속팀이 있는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해 “반인권적 단속 중단”을 요구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4월부터 9월까지 자진 출국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입국금지 조치를 한시적으로 면제한다고 3월 27일 밝혔다. 앞으로 자진 출국하지 않으면 5년간 입국을 금지하고, ‘수도권 광역단속팀’과 ‘영남권 광역단속팀’을 가동해 경찰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불법체류외국인 정부 합동단속을 연간 20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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