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철 인력난 겪는 농촌, 외국인 근로자 '수혈'

베트남 새댁 친정 부모·형제 14명 보은 사돈댁 '지원'
괴산·단양군, 중국인 25명·네팔인 7명 농가에 소개

(청주=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충북 보은에 시집온 베트남 새댁들의 친정 부모·형제 14명이 이달 말 대거 사돈 댁을 방문한다.

여행을 위해서가 아니다. 바쁜 영농철을 맞아 인력난에 쩔쩔매는 사돈댁과 이웃의 일손을 돕기 위해서다.

이들은 단기 취업 외국인 고용제도인 '계절 근로자' 신분으로 보은에 머물며 3개월간 농사일을 거들게 된다.

법무부로부터 30명의 계절근로자를 배정받은 보은군은 대추 농사 등을 짓는 S(48)씨 등 13개 농가의 신청을 받아 베트남인 14명을 초청하기로 했다.

이들은 출입국관리소가 사증만 발급하면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보은군은 이들에게 1인당 항공료 4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보은군이 농업분야 외국인 계절 근로자제를 시행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외국 근로자들은 돈을 받고 사돈댁 일을 돕거나 일손이 필요한 다른 농가 일도 할 수 있다.

임금은 최저 임금 이상으로 농가별로 계약한다. 여자는 하루 5만원가량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괴산군도 농촌 일손 부족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인 근로자 확보에 나섰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제를 통해 중국인 25명을 농가에 소개해 준 것이다.

괴산에 오는 중국인들은 2006년 괴산군과 자매결연한 지린성 지안시 출신이다. 이들은 오는 8월 5일까지 대학 찰옥수수, 인삼, 담배 재배농가 13곳에서 90일 동안 일하면서 매달 140만원씩 받는다.

괴산군은 지난해 김장철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계절 근로자제를 통해 중국인 19명을 데려다가 배추 수확과 절임 작업에 투입한 바 있다.

올봄에 다시 계절 근로자 확보에 나선 것은 지역 명물인 대학 찰옥수수 재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대학 찰옥수수는 고추, 절임배추와 함께 충북 괴산의 대표적 농특산품으로 꼽힌다.

괴산군 장연면 출신인 최봉호 전 충남대 교수가 개발해 보급한 대학 찰옥수수는 껍질은 얇고 당도는 높은 데다 쫀득쫀득하기까지 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연합뉴스 DB]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원예 농산물 부문 농식품 파워 브랜드에 선정됐을 정도로 품질의 우수성은 이미 입증됐다.

지난해 이 지역 2천416농가가 1천382㏊에 대학 찰옥수수를 심어 1만2천438t을 생산, 199억원의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찰옥수수를 한창 심어야 할 요즘 괴산지역 농가는 일손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농촌 고령화로 뙤약볕에서 힘든 농사일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게 괴산군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DB]

군은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3년 8월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에 계절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 도입을 건의하고 법무부와 추진방향 등을 논의했었다.

괴산군은 9일 입국하는 중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인권 교육과 불법 체류 방지 교육 등을 하고 농가에 인계할 방침이다.

단양군도 오는 30일부터 90일간 네팔 출신 근로자 7명을 긴급 수혈, 배치하기로 했다.

이들은 영춘면 곤드레 나물 재배 농가와 양계농업회사법인 양계장에 각각 투입된다. 단양군 농가에 투입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매달 130만원을 받는다.

강원도 양구군에도 62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괴산군 관계자는 "법무부가 4개 군에서 계절 근로자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나서 이 제도 지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인력이 부족한 괴산군으로서는 계속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y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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