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노동절 앞두고 “노동자는 소도 기계도 아니다”

입력 : 2017-04-30 21:38/수정 : 2017-04-30 23:06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과 고용허가제 폐지 등을 촉구하는 ‘이주노동자 2017 노동절 집회’가 30일 오후 2시 10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렸다. 1일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00여명(경찰 추산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 3권 완전쟁취’, ‘숙식비 강제징수 지침 철회’, ‘단속추방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현장을 찾았다.

집회의 시작을 알린 섹알마문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퇴직금 문제, 사업장 이주 문제, 숙식비 지침이 문제다”고 말하며 “우리를 노동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날아와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그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디나씨는 “고용주는 마음대로 노동자를 협박하고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허가제(EPS) 철폐, 이주노동자 비자 문제 개선, 사업장 이동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그는 “노동자는 소도 기계도 아니다. 고용주가 노동자를 같은 사람으로서 대우해 주기를 바란다”는 말로 발언을 마쳤다.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카를로씨는 노동자로서 이주노동자로서 착취당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우리 노동자들은 공동체의 가치를 안고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자본이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노예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나쁜 사장’, ‘고용허가제’,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단속 추방’이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이날 집회에서 민주노총,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주공동행동), 이주노조 등은 ▲이주노동자 숙식비 사전공제 지침 철회▲이주노동자 퇴직금 국내에서 지급▲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과 체류기간 연장▲단속추방 중단과 미등록이주민 합법화▲이주노동자 노동3권 보장▲동일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 대폭 인상▲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허가제 실시 등을 촉구했다. 

본 집회 뒤 보신각~서울고용노동청을 왕복하는 행진이 계속됐다. 행진 중에 만난 네팔 출신 노동자 라젠드라(33)씨는 서툰 한국말로 “공장을 마음대로 옮길 수 없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2014년 한국에 와 경기 화성시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 출신 노동자 라메스 스레스타(28)씨는 “가족과 떨어져 일하는 것도 힘들고, 상사들로부터 욕이 섞인 잔소리를 듣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 공장으로 옮기기 위해 몇 번이나 사장님께 부탁을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주노동자들만 집회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With Migrants(이주민과 함께) 위드 MI'의 회원 이미라(20·여)씨는 “유럽·미국은 이주민 문제로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곧 한국도 비슷한 일을 겪을 것이다”고 말하며 “지금의 이주노동자 제도는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진짜 몸통찾기 동아리’의 회원 김진실(20·여)씨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눈을 감을 수 없어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집회를 본 시민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회사원 여명(31)씨는 “이런 집회를 갖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노동자인데 국적 때문에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며 “이주노동자들 문제는 인권, 노동권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연히 집회를 보게 됐다는 김경미(57·여)씨는 “사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이 사람들이 무언가 억울한 것이 있기 때문에 집회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진을 마지막으로 집회는 오후 4시8분 보신각 앞에서 마무리됐다. 





윤성민 손재호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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