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눌한 한국말(?)”…외국인근로자, “우린 범죄자 아니다” 항변

이통원 기자  |  tong@newsis.com
등록 2017-04-24 17: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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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범죄 발생하면 외국인근로자 용의자로 지목

【대구=뉴시스】이통원 기자 = 경북 경산 농협 총기 강도범이 한국인으로 밝혀지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표적 수사의 대상이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은 자신들에게 '잠재적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20일 권총을 들고 침입해 현금 1500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경산 자인농협 강도의 신원을 두고 경찰은 당시 '어눌한 한국말을 했다'는 농협 직원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경찰은 용의자가 국내인보다는 인근 공장이나 경주 외동읍, 영천 등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탐문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지난 22일 경찰에 검거된 용의자는 말투가 어눌해 의심을 받았던 외국인이 아닌 40대 한국인 남성이었다.

총기 강도 용의자는 붙잡혔지만 여전히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억울함과 불안감에 떨고 있다.

24일 경산시 등 인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총기사고가 난 경산시에는 823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인근 경주 외동읍에만 5420여 명이 몰려있다.

이들 근로자는 최근 베트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6개국 외국인이 모인 자율방범대를 발족해 매주 경찰들과 합동 순찰을 벌이는 등 지역 치안 유지에 동참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 온 근로자 다라카(25)씨는 “외국인 중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보다 착실한 사람이 더 많다”며 “한국에 살면서 무조건 나쁜사람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근로자 지니 팸(30)씨는 “한국에서 범죄가 발생하면 우리 같은 사람부터 의심한다”며 “우리는 고향에 돈을 보내기 위해 성실하게 일만 하고 있을 뿐인데 괜히 오해를 받을까 불안했다”고 했다.

경산시 남산면 주민 신모(49)씨는 “이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오히려 한국인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늘면서 범죄도 증가한 것인데 마치 외국인 범죄가 내국인 범죄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며“이들에 대한 인식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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