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종차별 증가세" 보고서에 호주 "기이한 비난" 반발

정치권·언론 겨냥 비판…"종종 처벌도 받지 받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유엔이 호주 사회 내 인종차별이 증가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자 호주 정부가 "기이한 비난"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국제 인권 논의의 핵심기관인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최근 정기 보고서를 통해 정치권과 언론을 포함한 호주 사회에서 인종차별적 표현과 외국인 혐오증이 "증가세"(on the rise)라고 지적했다.

호주의 다문화 지지 시위[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보고서는 원주민과 망명 희망자, 이주 노동자들의 복지와 위상 등 16개 사항에 대해 비정부기구(NGO)와 지역사회, 정부의 의견서와 증언을 토대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10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인종차별적 사건들은 비용이나 엄격한 증거 조건 탓에 소송으로 가는 일이 드물고, 종종 처벌도 받지 않는다며 인종차별적 표현을 범법행위로 규정한 법을 법집행 당국이 더욱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인종차별반대법은 "인종을 이유로 불쾌하게 하거나(offend) 모욕하는 (insult), 또한 수치심을 주거나(humiliate) 위협적인(intimidate) 표현"을 범법행위로 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이 법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으나 지난 3월 야당 반대로 연방 상원에서 부결됐다.

보고서는 또 정치적 연설에서 외국인 혐오성 발언이 자제되고 증오 연설이 공식적으로 불허되거나 규탄받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으며, 언론에서도 인종차별적 증오 연설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보고서는 증오 연설과 폭력이 아랍인들과 무슬림, 망명 희망자와 난민, 아프리카계, 남아시아계, 원주민에게 주로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아랍인과 무슬림을 겨냥한 경찰의 감시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들을 폐기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이 보고서의 평가와 권고에 전혀 수긍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연방 다문화부 장관인 제드 세셀야는 호주가 성공적인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국경이 제대로 지켜지고 국가가 안전해야 한다며 "이처럼 기이한 비난을 단연코 거부한다"라고 반박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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