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고용제한 처분 1년새 3.2배 ↑…인력수급 엇박자
기사입력 2018-01-10 06:00:15.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심층기획> 불법 외국인력 토끼몰이式 단속…건설현장 '비상'

 

[글 싣는 순서]

<상> 한 명만 걸려도 2년간 외국인력 채용 금지

<중> 위법 조장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하> 건설업 맞춤형으로 재설계해야

 



노조發 릴레이 고발로

고강도 외국인력 단속

현장은 인력대란 비명

'구직' 외국 근로자들도

늑장 인력공급체계 분통

취업교육 제한된 횟수 탓

최장 3개월은 기다려야

그 기간동안 '불법취업'

 

최장 3년 동안 건설사의 외국인력 채용을 금지하는 ‘고용제한 처분’이 지난해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발(發) 릴레이 고발로 촉발된 고강도 외국인력 단속에 따른 행정제재로, 급작스레 외국인력 수급길이 막힌 건설사들은 ‘인력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9일 <건설경제>가 고용노동부에 의뢰해 최근 3년간 건설업 고용제한 처분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처분 건수가 236건으로 전년(74건)보다 무려 3.2배나 증가했다. 2015년 122건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늘었다.

현행 외국인근로자고용법(외고법)은 건설업 취업이 금지된 외국인을 썼다가 걸린 업체에 대해 1회 적발 시 2년, 제한기간 중 추가 적발할 때 3년간 외국인 고용을 금지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민주노총 산하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불법 외국인 취업자를 쓴 건설현장 고발이 급증하면서 고용제한 처분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작년 건설업 고용제한 처분 대부분이 노조에서 집회ㆍ고발을 본격화한 하반기에 몰려 있다”며 “올해는 고용제한 처분 건수가 더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법 취업 조장하는 제도

전문가들은 현행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출입국관리법 체계상 외국인력의 불법 취업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늑장 인력공급체계에 분통을 터뜨린다. 재외동포들은 “당장 이달 월세를 내야 하는데, 3개월 뒤에 교육받으러 오라고 하면 누가 갑니까”라고 우려한다.

취업 자체가 불법인 관광비자(C-3)는 제외하더라도 고용허가제(E-9ㆍ비전문취업비자)와 건설업 취업등록제(H-2ㆍ방문취업비자), 조건부 취업제(F-4ㆍ재외동포비자) 모두 건설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해서다.

조선족 등 재외동포가 대상인 H-2 비자의 경우 구직자와 건설사 간 매칭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건설현장에서 일하려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기본 취업교육(3일)과 함께 추가로 건설업 취업교육(1일)을 받아야 한다. 이 둘을 모두 이수해야 ‘건설업 취업인정증(카드)’가 나온다.

하지만, 건설업 취업교육을 제때 받기가 어렵다. 공단은 분기별로 1년에 총 4회 교육을 시행한다. 건설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이 최장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추가로 2회 시범 교육을 실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규용 한국이민학회 회장은 “건설업 취업교육은 제한된 횟수 탓에 교육신청 후 대기 중인 동포들이 부득이 불법취업을 하게 된다”며 “건설업 취업규모를 제한하려는 취업관리제도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권 편입 검토해야

구직 외국인과 건설사를 연결해주는 전국 68개 고용센터도 신속한 매칭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건설사는 해당 지역 고용센터에 구인카드를 작성하고, 구직 외국인은 건설취업인증카드를 제출한 뒤 매칭을 기다려야 한다. 이 시간이 짧게는 2주에서 한 달 넘게 걸린다.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서울의 한 인력시장에서만 하루 2000∼3000명을 소화하지만, 외국인력 담당자가 센터당 1∼2명이어서 구조적으로 수요자들에 맞는 매칭기관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가장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는 E-9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린다. 건설업에 할당된 연간 외국인력(쿼터)이 2400명에 불과하다. 내국인 일자리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난해 100명을 줄였다.

800여명의 E-9 외국인력을 쓰고 있는 S사 관계자는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공종ㆍ현장의 단순 노무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제도지만 더 채용하고 싶어도 쿼터에 막혀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현장 1곳당 최대 30명까지만 E-9 외국인력을 쓸 수 있다.

F-4 비자는 재외동포 가운데 기능사 이상의 건설관련 합법자격증이 있어야 기능공으로 건설사 취업이 가능하다. E-9, H-2와 달리 단순 노무직으로 일할 수 없다. H-2 비자로 입국한 조선족들이 체류기한이 끝날 즈음 한식조리사나 정보처리기사, 세탁사 등 따기 쉬운 전문자격증을 통해 F-4 비자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려면 형틀목공, 철근공, 비계, 방수 등 건설 자격증을 따야 하지만 상당수가 자격증 없이 단순 노무직으로 불법 취업한다. 설사 건설업 자격증 취득 의사가 있더라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험 횟수ㆍ인원을 사실상 제한해 기회가 많지 않다.

나경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F-4가 수년간 건설업에 다수 종사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불법 근로자 중 일부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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