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부서진 코리안 드림 왜?]'사업주 갑질' 퇴직금 떼이고 쓸쓸한 귀국

정운 기자

발행일 2018-03-27 제2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댓글
'성실근로자' 인정 기간연장 
요구땐 고용허가 취소 우려 
장기근무불구 못받기 일쑤 
업체 유리 제도개선 목소리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와 수년간 일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일한 대가인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고용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리랑카인 A씨는 인천 서구의 한 사업장에서 10년 가까이 일했으나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달 초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와 4년 10개월을 일한 뒤 '성실근로자'로 인정받아 근무기간을 연장해 4년 10개월 동안 일을 더했다. '성실근로자'는 한 사업장에서 4년 10개월을 일한 경우 사업주와 근로자가 모두 원하는 경우 다시 같은 사업장에서 4년 10개월을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A씨는 두 번째로 4년 10개월을 일하면서 적립된 퇴직금 970여만원 중 550여만원을 출국만기보험을 통해 받았다. 남은 퇴직금과 마지막 달 급여 등 600여만원을 더 받아야 하지만, 사업주는 A씨에게 400만원만 지급했다.  

A씨는 "처음 4년 10개월 일한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을 했으나 이번에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외국인 근로자 B씨도 4년 10개월을 일하고 성실근로자로 인정돼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출국만기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전에 일하던 사업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퇴직금을 달라는 요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A씨와 같은 성실근로자들이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사업주에게 유리한 제도 때문이다. 근로자들은 퇴직금을 요구할 경우 고용허가가 취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강하게 퇴직금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주민 단체의 주장이다.  

또한 추가로 4년 10개월 일을 연장하려면 사업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 임금문제로 갈등을 빚으면 일을 연장할 수 없어 퇴직금을 달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주인권센터 관계자는 "처음 4년 10개월을 일한 성실근로자 다수가 퇴직금을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주의 입장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여부가 결정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출국만기보험금으로 퇴직금을 받고 있는 등 1차적 안전망은 마련돼 있다"면서도 "보험금과 실제 퇴직금이 다를 경우 차액을 사업주가 지급해야 하는데도 사업주가 이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엔 내국인 근로자들과 같은 권리구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