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070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푸른지식

지난 2015년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의 해변에서 발견된 싸늘하게 식은 세 살 아이의 시신이 사진이 전세계를 울린바 있다. 인형처럼 작았던 남자 어린아이는 에이란 쿠르디로 밝혀졌다. 쿠르디는 가족과 함께 터키 해안을 떠나 유럽으로 가려다 뒤집힌 배에 탔던 시리아 난민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들이 희망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 있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 새로운 삶을 꿈꾸지도 전에 죽음을 당하고, 여러 어려움을 뚫고 유럽에 도착해서도 열악한 현실에 고통을 받고 있다. 더구나 그들에겐 ‘범죄자’, ‘테러리스트’ 같은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서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은 난민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세를 키우며 난민의 삶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난민들은 과연 위험한 이들일까? 이들을 받아들이면 사회는 위험해지고, 많은 자국민들이 잃자리를 잃게 되는 것일까?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구호 현장에서 쓴 생생한 기록’은 이런 난민을 향한 부정적 이미지와 주장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은 유럽의 대표적 난민촌인 프랑스 칼레 난민촌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난민의 실제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그래픽 북이다. 작가는 칼레 난민촌이 철거되기 직전까지 직접 자원봉사를 하며 느낀 것을 이 책에 충실하게 옮겼다.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푸른지식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푸른지식

난민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대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다. 특히 난민이 엄청난 규모로 물밀 듯 유입되는 유럽에서는 난민을 ‘홍수’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2015년 한 해에만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왔으며, 지금도 매주 수백 명의 난민이 중동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바다를 건너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정치적인 움직임이 커지는 추세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유엔 난민보호협정을 탈퇴하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큰 폭으로 축소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또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유럽 곳곳에서 반(反)이민을 외치는 극우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통계와 수치를 넘어 난민들의 삶과 얼굴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이 책에는 프랑스의 항구 도시 칼레(Calais)의 난민촌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난민의 실제 삶이 생생하게 옮겨져 있다. 작가 케이트 에번스는 칼레에서 직접 자원봉사를 하며 보고 겪은 바를 이 책에 충실하게 옮겼다. 난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난민의 사연에 대해 자세히 알아가고, 그들의 얼굴을 그려주기도 하면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작가는 오염된 식수와 쓰레기가 가득한 난민촌의 비참한 환경은 물론 난민들의 일상과 표정, 전쟁을 겪고 가족을 잃은 아픈 과거를 보여준다. 동시에 지옥 같은 생활을 이어나가면서도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난민의 모습까지 증언하고 있다.

이 책은 유럽의 난민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한국의 현실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경제적 불황과 함께 외국인 이주 노동자 등에 대한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우리에게도 교훈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영식 국제분쟁전문기자는 “이 책을 읽으면 ‘테러리스트’ ‘범죄자’, ‘저임금 노동자’, ‘세금 낭비하는 사람’, ‘사회수준을 떨어뜨리는 주범’,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같은 난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말끔히 가셔버릴 것입니다. 대신에 난민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며 평화를 사랑하고 일하기를 원하고 있고, 가족들을 걱정하고 돌보는 가장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이곳까지 온 것은 단지 돈을 더 벌어보겠다고 온 게 아니라 희망을 품고 왔다는 사실도 읽을 수 있습니다. 작가는 난민의 지옥같은 생활을 보여 주면서도 그 속에서도 다양한 문화가 창조되고 함께 누리는 삶이 있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2070 “제주경제 한축 ‘외국인노동자’ 양지로 이끌어야” 제도 마련 절실
이주후원회
3821   2020-01-28 2020-01-28 17:05
HOME 기획/특집“제주경제 한축 ‘외국인노동자’ 양지로 이끌어야” 제도 마련 절실 박성우 기자 (pio@jejusori.net) 승인 2020.01.25 07:00 댓글 0 기사공유하기 프린트 메일보내기 글씨키우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  
2069 외국인 노동자의 서러운 설 명절 “산재 보상 못 받고... 언제 고향 갈지”
이주후원회
3882   2020-01-28 2020-01-28 17:05
외국인 노동자의 서러운 설 명절 “산재 보상 못 받고... 언제 고향 갈지”보내기 “한국 명절에 왜 쉬냐며 일 시키기도” 차별대우에 고통 게티이미지뱅크 “보상금 지급일을 또 넘겼네요. 고향으로 언제 되돌아갈 수 있을지…....  
2068 "트럼프 장벽이 된 멕시코"…중미 이민자 '철통방어'에 비판
이주후원회
2892   2020-01-28 2020-01-28 17:04
"트럼프 장벽이 된 멕시코"…중미 이민자 '철통방어'에 비판 미국행 중미 이민자 행렬, 멕시코 강경 진압에 막혀 유엔 등 우려 표시…"영혼 팔고 트럼프 장벽이 됐다" 지적도 국경 지키는 멕시코 국가방위대 [AP=연합뉴스] (멕시...  
2067 중동에 또 군인을 보내는 나라의 국민이 봐야 할 영화
이주후원회
4638   2020-01-28 2020-01-28 17:03
중동에 또 군인을 보내는 나라의 국민이 봐야 할 영화기사입력 2020.01.24. 오전 11:05 기사원문 스크랩 본문듣기 설정 화나요 좋아요 좋아요 평가하기55 댓글75 요약봇beta 글자 크기 변경하기 인쇄하기 보내기 영화 <사마에게>가...  
2066 중국혐오 독버섯처럼 확산…'NO CHINA' 로고까지 등장
이주후원회
3931   2020-01-28 2020-01-28 17:02
중국혐오 독버섯처럼 확산…'NO CHINA' 로고까지 등장 작게 크게 등록 2020-01-28 13:44:25 '우한폐렴' 확산에 중국 혐오 분위기 팽배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 동의 50만명 돌파 '노 재팬' 본딴 '노 차이나' 로고까지 등장...  
2065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 45만명 넘어…‘혐오’로 번져가는 신종 코로나 공포
이주후원회
3950   2020-01-28 2020-01-28 17:01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 45만명 넘어…‘혐오’로 번져가는 신종 코로나 공포등록 :2020-01-27 21:05수정 :2020-01-28 07:33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박쥐 섭취가 감염증 원인’ 식문화 공격도 국내 자진...  
2064 이주노동자들은 매일 저승사자를 등에 업고 일하고 있다
이주후원회
2236   2020-08-28 2020-08-28 16:59
[안전보건공단-안전신문 지상캠페인 7편]이주노동자들은 매일 저승사자를 등에 업고 일하고 있다기자명 이용주 기자 입력 2020.08.27 11:31 수정 2020.08.27 13:06 댓글 0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S...  
2063 '이게 나라냐'…영국 난민여성, 굶주린 한살 아들 옆에서 숨져
이주후원회
3235   2020-08-28 2020-08-28 16:58
'이게 나라냐'…영국 난민여성, 굶주린 한살 아들 옆에서 숨져송고시간2020-08-27 18:56 공유 댓글 글자크기조정 인쇄 박대한 기자 제한된 영주권 만료로 일자리 잃자 식품 기부에 의존해 생활장례식 비용 위한 소셜 펀딩 진행…...  
2062 여권 빼앗기고 공항에 방치된 아동... 이게 최선인가요? 2
이주후원회
4733   2020-08-28 2020-12-28 16:25
여권 빼앗기고 공항에 방치된 아동... 이게 최선인가요?[난민, 공항에 갇히다④] 공항에 방치된 아동들20.08.25 11:36l최종 업데이트 20.08.25 11:36l 김진, 김연주(refucenter) [이전 기사] 공항 난민 '루렌도 가족'의 뒷이야기...  
2061 미국, 200여개 도시서 '인종차별 종식' 동맹 파업
이주후원회
3468   2020-07-24 2020-07-24 18:36
미국, 200여개 도시서 '인종차별 종식' 동맹 파업 기사입력2020.07.21. 오후 3:35 최종수정2020.07.21. 오후 3:36 SNS 보내기 "지도자들이 'BLM' 명확히 선언해야…경제·민주주의 재구상 필요" 원본보기 미국 시카고시에서 20일(현...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