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혐오' 부끄러운 민낯…"다문화 교육 등 포용정책 필요"

외국인 유학생 폭행 단속 직후
이주민센터로 항의 전화 빗발

김희곤 기자 hgon@idomin.com  2018년 08월 17일 금요일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폭행당한 사건 이후 우리 사회의 '외국인 혐오'라는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사회에 대한 인식 변화와 포용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 직후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지난 1·2일에만 50통이 넘는 전화로 업무에 차질이 생길 정도였다. "너희 같은 단체가 있으니 외국인 범죄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 "너희 센터에 전화 받은 사람은 불체자(불법체류자) 아니냐", "불체자가 흉기를 들고 설쳤다더라."

경남도와 창원시에도 항의 민원이 있었다. 도에는 8월 초 하루 3~4통 항의 전화가 잇따랐다. 창원시에는 전화와 국민신문고를 통해 3건 민원이 접수됐다.

도 관계자는 "대부분 불법체류자를 감싸느냐, 일자리 뺏기는데 단속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 등 내용으로 잇따라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출입국 단속반은 정당방위를 했는데, 세금을 지원받는 단체(이주민센터)가 보도를 이렇게 하도록 두면 안 된다"는 등 민원이 제기됐다고 했다.

김광호 경남이주민센터 상담실장은 "아마도 예멘 난민 문제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외국인 노동자 관련 사건이 불거지니 그런 것 같다"며 "앞으로 한국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다문화사회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동남·서남 아시아 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이 늘어날 것인데 일반적인 인식은 백인·서양에만 맞춰져 있으니 괴리가 생기는 것 같다.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체류외국인은 229만 1653명인데 이 중 아시아계는 191만 7767명으로 83.6%를 차지한다. 중국,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등의 순이다. 이 통계는 합법과 불법 체류를 따로 구분하지 않은 전체 현황이다. 미등록(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32만 3200여 명이다.

이주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뺏긴다는 인식은 통계상으로 맞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는 지난해 5월 기준 외국인 취업자는 83만 4000여 명인데,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이 38만 2000여 명(45.7%), 도소매·음식·숙박업이 15만 5000여 명(18.5%),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이 14만 8000여 명(17.8%)이다. 같은 시점에서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상용·임시·일용직)는 1997만 명이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글로벌 외국인 고용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국내 노동자가 월급 100만 원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외국인 노동자는 64만 원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노동시장 고령화를 완화하고 국내 인력 조달이 어려운 저임금 업종이나 특수·전문직종에 노동력을 공급함으로써 미스매치 해소에 기여한다"고 했다.

강동관 국제이주기구(IOM)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은 "예멘 난민 사례에서 보듯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가짜뉴스를 경계해야 한다"며 "이주 노동자는 우리 국민과 정치·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르므로 상호 이해를 돕고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교육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앞둔 우리나라는 2017년 약 3700만 명에 이르는 생산가능인구가 앞으로 계속 줄어들 것인데 지금 같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려면 2030년까지 연평균 30만 명 이상 이주노동자가 들어와야 한다"며 "결국 우리가 함께 가야할 사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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