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자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에 실린 글입니다.
 
21살에 이곳 한국으로 와 17년이 넘게 한국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같은 것을 먹고 한 사회 아래에서 숨을 쉬며 한국이 제 2의 고향이 되었던 미누.
미누가 수많은 사람들의 탄원에도 제2의 고향에서 강제로 쫓겨나야 했던 것은 정부가 불법체류자라 불리는 무비자로 체류했다는 것이었다.
 
무비자로 체류했다는 이유로 공장, 거리, 집에 무단 침입해서 강제 단속하고 폭행하고 부상자를 만들고 강제추방하는 정부의 반인권적이고 반노동자적인 모습을 보며 우리는 노동자의 시각에서 다시 한 번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평택안성지역노조에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사업장(엠케이텍)의 내국인(앰케이텍에서는 한국인을 이렇게 칭한다)들이 노동조합 가입 문의를 해 왔다.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적인 어려운 조건을 고려하며 초기 가입대상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앰케이텍지회 내국인들의 고민 끝의 결론은 간단명료했다.
"고용이 불안하여 노동조합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 고용불안은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국인이나 이주노동자들은 똑같은 처지다. 어차피 살기 위해 시작한 투쟁, 국적을 떠나 한솥밥 먹으며 같이 일해왔는데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살아야 한다."
 
결국 현장의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가입, 현장직원들 전체가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다. 요구안을 만들때도 기초요구안에 노동자들 전체의 고용안정과 함께 "이주노동자 조합원의 고용계약은 매년 자동갱신되는 것으로 하며 회사는 법에 의해 가능한 최대기간 동안 고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고 노사합의를 한 상태다.
 
임금협약은 체결되었고 아직 단체협약은 체결되지 않았지만 같이 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는 "하나이고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투쟁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2005년 노무현 정권 시절 이주노동자들의 노비문서인 고용허가제가 통과되고 살인적인 인간사냥에 자살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있었고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강제추방당했다.
 
고용허가제 이후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기본권리를 박탈당한 채, 기계처럼 노예처럼 강요당하고 임금이 체불되고 폭행과 폭언으로 탄압당해도 항의할 수 없고 못견뎌 공장에서 도망나오거나 해고당하면 바로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소영세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현재 처지가 이와 별로 다를 바 없다. 고용불안에 열악한 노동환경에 장시간, 저임금에 노동법이 무시되는 현장에서 일하는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은 절실하다. 같은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노동조합은 절실하다.
 
그러나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과 "노동자는 하나다"를 외치지만 아직 하나이지 못하기 때문에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의 조직률이 저조하고 조직 이후 힘든 장기투쟁을 하는 것은 아닐까!
 
엠케이텍지회처럼 같은 처지의 노동자로서 함께 싸우지 않으면 내국인도 죽고 이주노동자들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답은 하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나가 되는 것이 함께 사는 길이다."
 
-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위원장  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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