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누 추방되자 멤버들 한때 망연자실
이주노동자의 삶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

 


지난 23일 강제 추방된 이주노동자 미누 씨. 이주노동자밴드 <스탑크랙다운>의 리드보컬인 그는 18년간 한국에 살면서 20대와 30대를 보내며 노래로 ‘희망’을 알렸다. 그런 그가 강제추방되기 전 외국인보호소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한국에서 18년을 살았는데 아직도 희망을 어디에서 찾아야하는지 모르겠어.” 밴드의 맏형이자 리드보컬이 빠졌지만, 현재 <스탑크랙다운> 멤버들은 “우리가 노래해야 할 또 한 가지 이유가 생겼다”고 했다. <뉴스포스트>는 밴드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소모뚜 씨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강제추방된 미누

2003년 11월 15일, 성공회성당 앞에서 ‘이주노동자 강제 추방 반대 농성’이 있었다. <스탑크랙다운>이 결성된 것도 이날이다. 이곳에서 만난 5명 중 네팔에서 온 미누는 보컬을 맡고, 버바에서 온 소모뚜 씨는 기타, 소띠하는 베이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온 해리 씨는 건반, 송명훈 씨는 드럼을 맡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줄곧 열심히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차별 반대와 인권을 위해 노래하며 그해 12월에 1집 <친구여 잘 가시오>라는 제목의 앨범까지 발매했다.


그리고 지난 24일. 미누 씨가 강제 추방되던 날 저녁 8시 50분. 이날도 <스탑크랙다운> 멤버들은 평소처럼 강산에 씨의 인권콘서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무대에 올랐다. 이 콘서트는 강산에 씨가 이달 8일부터 화성에 있는 외국인보호소에 수감돼 있던 미누 씨를 위해 마련한 자리였고, 미누 씨를 제외한 멤버들이 게스트로 참여해 노래를 불렀던 것. 하지만 몇 곡의 노래를 부른 후 무대에서 내려온 멤버에게 MBC의 한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가 알린 소식은 “미누 씨가 방금 강제추방 당했다”는 소식이었다고.


이후 많은 언론들이 그 소식을 전하려 소모뚜 씨에게 네팔에 있는 미누 씨의 연락처를 물어보는 등 관심이 쏟아졌지만, 정작 미누 씨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멤버들은 기자들에게 연락처를 알려주면서도 지금까지 통화하지 않았다.


“힘없는 목소리 듣는 게 싫어요. 미누 형은 활발한 이미지거든요. 전화해도 할 말도 없고 ‘힘내’라고 연기하기도 싫고 또 우리가 전화하면 더 힘들 수 있잖아요. 당분간은 미누 형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날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 자료에는 미누 씨를 ‘불법체류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미취업 상태에서 자이툰철군 반전집회, 한미FTA 반대집회,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등 정치적 활동에 주도적으로 가담해온 자’라고 규정하면서 저녁 8시 50분 비행기로 강제퇴거조치를 내렸음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소모뚜 씨는 ‘정치’라는 개념을 법무부와 다르게 정의했다.


“정치라는 건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먹고 자고 말하는 모든 정치인 거죠. 미누형과 <스탑크랙다운> 그리고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 사람들과 함께 먹고 자고 말한 것 뿐이에요. 한국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도 원하지 않아요. 친구니까요. IMF 때문에 한국이 힘들 때 우리도 함께 힘들었고, 월드컵 4강에 진출했을 때는 함께 기뻐했어요. 마찬가지로 한국 국민들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반전집회를 했고, 광우병은 한국 사람들만 걸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촛불집회를 한 거예요. 친구는 어려울 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인데, 이런 걸 보고 ‘정치활동’이라고 규정한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밴드 활동은 계속”




▲ 소모뚜

하지만 소모뚜 씨는 밴드의 맏형이 빠졌지만, 활동에는 변화가 없을 거라고 했다. <스탑크랙다운>은 ‘리더’가 없는 밴드이고, 지금까지 5명 멤버 모두가 리더 역할을 하면서 활동해온 터라 무너지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면서 열심히 노래했어요. 누구 한 명에게 기대지 않기 때문에 5개의 기둥 중 2개가 빠진다고 해도 밴드는 무너지지 않는 밴드인 거죠. 하지만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타격이 없을 수는 없어요. 오랫동안 같이 노래한 동료이자 동지이자 말 잘하고 노래 잘하는 큰형이 빠졌다는 건, 굉장히 큰 손실이고요.”


메인보컬이 빠졌다는 사실 때문에 음악색깔 등의 작은 변화는 있겠지만, <스탑크랙다운>이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앞으로도 ‘꿈’과 ‘희망’에 대해 변함없이 노래할 것이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서 활동하는 최종 목표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이었다.


또한 미누 씨의 추방이 <스탑크랙다운>이 계속 노래해야 하는 이유라고도 전했다. 지금은 정신이 없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지만, 네팔의 미누 씨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대안도 모색 중이라고.


“12월 말에 밴드 6주년 기념활동을 계획하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때쯤이면 미누 형이 석방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함께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기대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계획을 다시 세워야죠. 미누 형을 위한 적절한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못했어요.”


사실 미누 씨가 추방되기 전, 진주 MBC에서 제작 중인 다큐멘터리 <그들이 우리가 되는 날>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희망’을 노래하는 이주노동자밴드 <스탑크랙다운>, 그 중에서도 미누 씨와 소모뚜 씨가 주인공으로 나서서 촬영한 이 다큐멘터리는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은 경남을 배경으로 ‘희망’을 찾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나 다문화가정 그리고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한국 사람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내용이었다고. 하지만 미누 씨가 추방되면서 밴드의 다른 멤버 소띠하 씨와 함께 12월 18일 세계이주민의날 방송을 목표로 나머지를 촬영하고 있다. 이 말을 전하는 소모뚜 씨는 “희망 찾던 사람은 지금 쫓겨나버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마지막으로 ‘소통’에 대해 언급했다.


“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해서 완벽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나의 생각, 나의 문화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게 진정한 소통이니까요.”


2009년11월06일 01:00:51초  
정자은의 전체기사  (정자은 기자 dnacejoyfull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