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중 1명 사망 밀폐공간 질식사고…전문가 "위험현장 접근 어렵게 하고 이주노동자 교육해야"

입력 2020-07-19 13:22   수정 2020-07-19 14:20

 
AKR20200628030900053_01_i
지난달 27일 근로자 질식 사고가 발생한 대구시 달서구 한 재활용업체 맨홀에서 119 구조대가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 대구소방본부) (연합)
정부가 연이어 발생한 밀폐공간 질식사고 대책으로 폐수 배출시설 등 밀폐공간이 있는 사업장을 등급화하고 고위험 사업장에 대해 전문 기술지도를 진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대책보다는 위험현장에 대한 접근 자체를 어렵게 하는 등 실질적인 방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근 10년간 질식사고 사망률 53%…이중 35% 폐수처리장·맨홀·분뇨처리시설에서 발생

이번 대책은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밀폐공간 질식사고 대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최근 10년간 193건 일어나 312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중 사망자는 155명에 달해 사망률은 53%에 달한다.



질식사고는 올해에만 5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사망 6명, 부상 5명이 발생했다. 시기상으로는 1월에 1건 발생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5~6월에 집중됐다. 최근 사례로는 진난달 27일 대구 갈산동 한 자원재활용업체에서 발생한 질식사고가 있었다. 약 2m 깊이의 맨홀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였다. 당시 소방당국이 사고가 난 맨홀에서 잔류 가스를 측정한 결과 황화수소, 이산화질소 등이 허용 기준 농도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사고 바로 이틀 뒤인 29일 경기 평택시 세교동의 한 상수도사업소 가압장에서 배관 도색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시너 성분을 과도하게 흡입해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밀폐공간 질식 사망자 166명 중 오폐수처리장, 맨홀, 분뇨처리시설 등에서 59명 사망했다. 노동부의 이번 대책은 폐수 배출시설 등에서 36%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온 만큼 관련 현장을 밀착 점검한다는 취지이다.

20200719_132021
2010~2019년 밀폐공간 질식 재해 현황(자료: 고용노동부 제공 자료 재가공)
◆정부 “고위험 사업장 전문 기술지도 할 것…7~8월 중 감독 실시”

정부는 폐수 배출시설 등 밀폐공간을 보유한 사업장을 고·중·저 3단계로 등급화해 고위험 사업장에 대해서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전문 기술지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해당 업종에 대한 밀폐공간 관리 실태를 중점 지도·점검할 예정이다. 상하수도 발주공사, 오폐수처리 위탁업체 등에 대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관리가 불량한 현장은 공단의 순찰(패트롤) 점검 및 노동부 감독을 시행할 계획이다. 지자체 담당공무원에 대해서는 공단을 통해 질식재해 예방관리 교육도 진행한다.

또한 7~8월 중 여름철 질식사고 취약사업장을 사전 통보 없이 감독해 △ 밀폐공간 출입금지 조치 △ 질식예방 장비 보유·비치 △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 수립·시행 여부 등을 중점 확인한다. 내달 2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감독기간에 앞서 오는 20일부터 31일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한다. 이 기간 사업장에서 자율점검을 할 수 있도록 자체점검표 및 질식재해 예방 안전보건자료를 제공한다.

노동부와 공단은 내달까지 집중홍보기간도 운영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질식사고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예방대책을 이행할 수 있도록 질식재해 예방지침을 배포한다. 예방장비 대여 서비스도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한다. 사업장이 환기장비, 산소농도·유해가스농도측정기, 송기 마스크 등을 신청하면 노동부가 직접 현장에 방문해 장비를 대여해준다.

◆전문가 “작업허가서 등 위험현장 접근 어렵게 해야…늘어나는 이주노동자 교육 방안도 필요”

이에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행정적 대책로는 더 이상 사고를 줄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위험 현장에 대한 접근 자체를 어렵게하하는 장치를 도입하고, 늘어나는 이주노동자에게 맞는 교육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기홍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환경연구원 직업환경연구실장은 “현장에 가보면 평상시 주의하다가도 무의식중에 밀폐공간에 들어갔다가 질식사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밀폐공간 작업의 위험도가 큰 만큼 작업허가서를 두거나 관리감독을 선임하는 등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현장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어나는 질식사고의 사망자 중 이주노동자들이 많다는 점도 주목해야 하는 점이다. 질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오폐수처리장, 맨홀, 분뇨처리시설 등은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해(Dangerous) 소위 ‘3D 업종’으로 분류되며 한국에서도 취약계층들이 하거나 이주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다. 정부는 매년 사망자 수·부상자수는 공개하고 있지만 이들 중 이주노동자 수에 대한 통계는 부재하는 실정이다.

조 실장은 “질식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지만 이주노동자는 언어소통이 어려워 교육이 단편적으로 실시되는 실정”이라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특화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viva100.com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