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이주노동자들 끌어안자”면서 설 연휴 모임 급습 무더기 단속

경찰이 설맞이 모임을 하던 네팔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도박판을 벌인 것으로 오인, 무더기 단속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설 연휴를 맞아 이주노동자들을 끌어안자며 초청 행사를 벌이는 반면 단속을 벌여 ‘다문화 사회의 두 얼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경인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주노조)은 16일 “설 연휴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15일 낮 12시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의 한 식당에 15명의 단속반원들이 들이닥쳐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속반원들은 정확하게 자신의 신분과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단순히 ‘정당한 법 집행’임을 강조했다”며 “설 모임을 하던 네팔 이주노동자 30여명의 비자를 일일이 확인한 뒤 9명을 붙잡아 갔다”고 덧붙였다.

이날 단속은 경찰이 출입국관리소와 함께 진행했다. 경기경찰청2청 외사계 관계자는 “단속을 진행한 곳은 평소에도 불법체류자들이 모여 도박을 진행한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왔던 곳”이라면서 “설 연휴에도 제보가 들어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뒤 현장을 단속했으며 네팔어로 우리의 신분을 충분히 밝혔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단속 결과 도박현장을 적발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 내용 중 도박이 벌어진 위치는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러나 현장 단속 결과 1명은 위장결혼 혐의로 수배 중이어서 조사 후 귀가시켰고, 9명은 불법체류자 신분임이 드러나 양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병을 넘겼다”고 말했다.

이주노조 정영섭 사무차장은 “지금까지 설·추석 연휴기간에는 단속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의정부에 있는 경찰이 서울 동대문까지 무리하게 원정단속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단속 과정에서도 경찰은 상황을 촬영하던 이주노동자들을 제지하고 비디오카메라를 빼앗아 촬영분을 삭제하는 등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정 사무차장은 “명절이라고 1년에 한두 번씩 모여 고향 음식을 나누며 회포를 푸는 날인데 너무 가혹한 단속”이라면서 “한편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 잔치를 벌이고 떡국 만들기 행사를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설 모임을 겨눈 단속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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