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전 이주민 무차별 단속 ‘밤길이 무섭다’

비자 있어도 수갑·조사실선 폭행 ‘인권무시’
‘미등록자’ 벌금 부활, 통장 압수하고 추방




1277891581_8000498927_20100701.JPG
» 미셸 이주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이주민 인권침해 감시단 ‘캣츠 아이’(Cats-Eye) 발족 토론 행사에서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가 오는 11월11~12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곳곳에서 인권 침해와 과잉 단속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민주노총,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등은 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이주민의 인권 침해를 감시하는 ‘캣츠 아이’ 발족식을 열고, 단속반의 폭력 행사와 무리한 벌금 징수 행태 등을 공개했다.

“얼마 전 안산에서 경찰이 가방을 뒤지고 불심검문을 했다. 무기를 가졌다는 증거도 없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뒤졌어요.” “시화 반월공단에서는 미등록 이주민을 붙잡으려고 새벽 5시~7시에 야근을 마치고 나오는 노동자들을 기습 단속했어요.” “지난주 경북 성주에서는 비자가 있다고 밝힌 이주 노동자까지 수갑을 채우고 단속차량에 강제로 태웠습니다.”

이주노동조합 미셀 위원장(필리핀인)은 외국인 노동자 관련 단체들에 접수된 이같은 사례들을 소개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장, 주택, 길거리, 지하철역, 버스터미널 등에서 무차별 단속이 진행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특히 2000년 벌금을 내지 못한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한동안 면제됐던 벌금이 최근 단속 과정에서 다시 부활했다. 단속반에 붙잡힌 이주노동자들이 벌금을 내고 추방을 당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구금하고, 강제로 벌금을 물린 뒤 추방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출입국관리소가 개인통장이나 금목걸이 등 소지품을 강제로 압수해 벌금을 징수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초 인천의 한 공장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붙잡힌 필리핀 이주노동자 ㄱ은 자신의 급여계좌로 들어온 임금을 미등록 체류에 따른 벌금으로 내라고 요구받았다. ㄱ은 저항했지만 결국 벌금을 냈고 이후 강제 출국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이영 사무처장은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도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보다는 실적이 강조되다 보니 폭력적 단속이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캣츠 아이’ 발족식에서는 “수원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배를 걷어차고 수갑으로 얼굴과 등을 때렸다”는 재중동포 윤아무개(48)씨의 사례도 공개됐다. 하지만 법무부는 “윤씨가 단속하던 직원을 다치게 해서 해당 직원도 조사실에서 주먹으로 옆구리를 때리게 됐다”고 반박했다.


경찰청은 ‘G20 정상회의의 치안 확립’을 위해 지난달 초부터 50일 동안 외국인 범죄 일제 단속을 벌였으며, 법무부도 6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집중단속을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2008년 9월 당시 22만명이던 불법체류자를 2012년까지 총체류 외국인의 10%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단속인원이 2007년 2만445명에서 2008년 3만831명, 2009년 3만1506명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