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안 사는 시군구 한 군데도 없다
등록외국인 91만8917명… 전체 인구 1.88%
기사입력 2011-04-15 03:00:00 동아닷컴
 
《 요즘 울릉도에서 출어하는 오징어잡이 배에서는 구릿빛 피부의 동남아시아 출신 근로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구가 1만여 명에 불과한 울릉도에도 외국인 노동력이 진출한 것. 울릉도에는 모두 96명의 외국인이 산다. 인도네시아인이 50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동포(19명)와 중국인(16명), 일본인(3명), 미국인(2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들 가운데 64명은 어업활동으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 결혼이민자와 영어회화 강사도 각각 10명과 2명이 있다. 》

지난해 국내에 살고 있는 등록외국인이 사상 처음 9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외국인이 살지 않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법무부의 ‘2010년 등록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가장 적게 사는 시군구는 울릉군이며 인천 옹진군, 경북 영양군 등에도 100여 명이 살고 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경기 안산시(3만8971명)로 집계됐다.

○ 외국인 늘면서 지역별 쏠림 현상


지난해 말 등록외국인 수는 91만8917명으로 전체 인구의 1.88%를 차지했다. 취업 목적이 53만33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결혼이민자 14만1654명 △영주·거주·동거 10만355명 △유학·연수 8만7486명 △전문인력 3만8715명 △기업활동 및 투자자 1만3385명 순이었다. 아직은 생산직 근로자와 결혼이민자, 유학생이 주류이고 고급인력은 미미한 ‘중진국형’ 다문화사회인 셈. 외국인은 수도권(65.1%)에 절반이 넘게 살고 있고 △동남권(11.6%) △충청권(8.9%) △영남권(6.2%) △호남권(6%) △강원·제주(2.1%) 순으로 많았다.

외국인 거주자가 크게 늘면서 입국 목적에 따라 특정지역으로 쏠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취업 목적으로 들어온 외국인은 수도권(70.1%)에 집중돼 있고 동남권(11.1%)에도 많았다. 다른 권역은 4∼7% 수준이었다. 문화·예술활동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경기 동두천시(648명)와 평택시(524명)에 가장 많았다.

○ 거제도 외국인 기업·투자 가장 많아


수도권(44.1%) 다음으로 유학생이 많은 곳은 충청권(18.1%)이다. 이 지역 대학들이 앞다퉈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외국인 대학교수 역시 17.5%가 충청권에 살고 있어 수도권(50.4%) 다음으로 많았다.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유학생이 사는 시군구는 경북 경산시(3293명)로 나타났다. 경산시 관계자는 “이 지역에 있는 12개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에 뛰어들면서 유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기업·투자활동은 동남권에서 활발했다. 기업·투자활동을 위해 동남권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4634명(34.6%)으로 수도권(57.8%)의 뒤를 이었다. 기업·투자가가 가장 많은 시군구는 경남 거제시(2239명). 거제시 관계자는 “조선업계 관계자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고 말했다. 1398명의 난민 및 난민신청자들은 수도권에 많았다. 방글라데시 출신 난민들은 주로 경기 김포시, 미얀마 출신 난민들은 경기 부천시에 모여 살고 있다.

○ ‘나 홀로 외국인’도 12명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방가방가’는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 한국인 청년이 “국내 유일한 부탄 사람”이라고 속여 외국인 노동자로 취업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내에 있는 부탄 사람은 모두 5명이다. 실제로 유일 국적자로 살아가는 ‘나 홀로 외국인’은 모두 12명이다. 이들은 △세인트크리스토퍼네비스 △코소보 △에리트레아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몰디브 △지부티 △바베이도스 △솔로몬제도 △레소토 △스와질란드 △바하마 등 이름만 들어서는 어디에 있는 곳인지 생소한 나라들에서 왔다. 한국에 사는 유일한 코소보인인 나임 하솔리 씨(42·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원)는 “유일 국적자이다 보니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고 산다. 길에서 코소보인을 만나면 내가 더 신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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