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농부] ② 그들 없으면 농사 포기해야죠…전국 2만2천여명

고용허가제·계절 근로제 통한 외국인력 공급…규모 확대 추세

농촌서 일하는 계절 근로자
농촌서 일하는 계절 근로자

(전국종합=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속도를 더해가는 고령화에 젊은 사람들마저 농사일을 꺼리니 농촌에는 항상 손이 달린다.

'부지깽이도 뛴다'는 모내기 철이 되면 농사 지속 여부를 고민해야 할 만큼 심각하다.

외국인 근로자는 이제 농촌에 없어서 안 될 존재가 됐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국내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2만2천300여 명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체류자까지 더하면 그 수는 늘어난다.

외국인이 농촌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고용허가제와 계절 근로제를 통해서다.

고용허가제는 업종별로 외국인력을 고용하려는 사업자 신청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현장 배치를 허가하는 형태다.

통상 E-9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 후 3년간 일할 수 있으며 1년 10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외국인 산업연수제를 모태로 2007년 본격 도입됐다.

농업 분야에서는 해마다 2천∼5천 명이 배정되다가 2013년부터는 6천 명가량으로 늘었다.

올해에도 5천870명이 배정됐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쿼터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제도가 10년 이상 시행되는 동안 인권침해, 노동력 착취 등 부작용도 노출됐다.

특히 농촌에서는 주말 등 근로와 비근로 시간 기준이 불명확해 초과 노동, 임금 체불의 여지가 생긴다.

고용된 곳뿐 아니라 다른 농장에도 불려 다니며 '마을 일꾼'으로 전락한 사례도 종종 드러났다.

비닐하우스, 컨테이너에서 쪽잠을 자면서도 방값 명목으로 임금 일부가 공제되는 불이익을 감수한 외국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앞으로 최소 주거 기준을 설정하고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장에는 신규 인력을 배정하지 않기로 했다.

반대로 일부 농민은 무단이탈 등 외국인 근로자의 불성실한 태도에 피해를 보기도 한다.

계절 근로자 제도는 파종·수확 등 일손이 많이 필요한 농번기에 한시적으로 인력을 투입하는 외국인 농부 수혈 창구다.

지자체가 필요한 인원을 법무부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90일 내에서 체류 가능한 단기취업(C-4) 비자를 발급하고, 지자체가 외국인을 농가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15년 10월 충북 괴산군, 보은군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해 이듬해 12월까지 12개 지자체, 219명으로 인원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23개 지자체에 1천547명이, 올해에는 31개 지자체에 2천328명이 배정되는 등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기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을 비롯해 올해부터는 라오스가 추가돼 모두 16개국에서 근로자가 들어온다.

국내외 지방자치단체 간 자매결연을 통해 인력이 수급되기도 하고 지역에 거주하는 결혼 이민자의 본국에 사는 가족, 지인 등도 대상이 된다.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며느리에게는 정서적 안정을 얻고 본국 가족에게 수입원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일선 농가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젊은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시선도 나온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무환경이 열악한 농어촌에서 단기 체류하다 보면 인권침해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 인권 대책 촉구
외국인 근로자 인권 대책 촉구[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주와 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은 "인력이 부족한 농민들은 당장 고마워하는 게 당연하지만, 제도 적용과 그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부족해 보인다"며 "외국인이 들어와서 인권침해를 당하지는 않는지, 산재보험에는 가입했는지, 통장은 어떻게 만드는지 등 구체적인 생활상에 대한 모니터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외국인 인력 정책과 관련한 위원회는 산재하고 법무부, 고용노동부는 주도권을 잡으려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한다"며 "외국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고용 정책을 위한 통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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