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밥그릇까지 빼앗은 이탈리아… 난민 자녀 식당서 격리

  2018년 11월호

10월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디에서 열린 반 난민정책 시위 도중 한 난민 아이가 샌드위치가 든 봉지를 받아 들고 있다. EPA_연합뉴스

  이번 학기 초 이탈리아 북부도시 로디에 사는 초등학생 카디가 고마(10)는 점심시간이 되면 이전과 달리 쓰지 않는 교실로 이동해 10여 명의 난민 어린이들과 함께 집에서 싸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반면 대부분의 친구는 교내 식당으로 가서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집트 태생의 고마가 따로 식사하게 된 것은 로디 시장이 난민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던 점심 보조금에 대해 엄격한 조건을 달며 제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로디의 사라 카사노바 시장은 극우성향 여당인 ‘동맹’ 소속이다.
  이처럼 이탈리아의 난민에 대한 강경한 정책이 초등학교 식당에까지 파고들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월 2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카사노바 시장은 난민 자녀들에게 점심이나 통학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데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새로 달았다.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통상적인 문서에 더해 본국에 부동산이나 은행계좌, 다른 소득원이 없다는 것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고마의 부모처럼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지원에서 배제되고, 고마가 식당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으려면 하루 5유로(6천500원)를 내야 한다.
  이탈리아의 많은 지역과 마찬가지로 로디의 학교들에서도 학생들은 밖에서 가져온 음식을 식당 안으로 들여갈 수 없다.
  결국, 지원을 못 받거나 식비를 낼 형편이 안 되면 집으로 가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학교 측은 학부모들의 부담을 고려해 집에서 싸온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도록 쓰지 않는 교실을 내줬다.
  로디 지역의 이러한 ‘격리’ 정책이 보도되자 이탈리아 곳곳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많은 이가 돕기에 나서 8만 유로(1억 원)가 모였고, 약 200명의 이 지역 난민 어린이는 올해 12월까지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통학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로디의 일부 주민은 난민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현지 주민 아드리아나 본비치니(60)는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녀들과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하고 있다”며 자신들을 무정한 사람으로 몰아간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연정에 참여하는 ‘동맹’의 지도자 마테오 살비니 현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트윗을 통해 “그녀가 옳다”며 카사노바 시장을 지지했다. 살비니는 난민 친화적인 남부 소도시에서 모든 이민자를 이주시키기로 하고, ‘외국인 운영 점포는 골칫거리’라며 야간 영업시간 제한을 모색하는 등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동맹’이 장악한 북부의 일부 다른 도시에서도 로디와 유사한 정책이 도입돼 값싼 공공주택이나 교과서 구입 비용을 지원하는 조건들이 더 까다로워졌다.
  외부의 따가운 시선 탓에 이달 들어 고마가 다니는 아르킨티 초등학교 측은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식사할 권리가 있다”며 샌드위치를 싸온 난민 자녀들에게 교내 식당의 별도 식탁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섰다.
  이제는 모금의 결과로 교내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된 고마는 NYT에 학기 시작 이후 처음으로 친구들과 따듯한 점심을 먹었다며 “펜테 파스타와 대구, 샐러드를 먹었어요. 맛있었어요”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김기성 연합뉴스 국제뉴스부 기자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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