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수검사가 쏘아 올린 뜨거운 공
  •  글 변진경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  호수 707
  •  승인 2021.04.07 02:23

서울시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코로나19 검사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했다가 차별적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철회했다. 과연 방역 확대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일까?
3월19일 서울시 금천구 필승아파트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 앞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100m 넘게 줄을 섰다.ⓒ시사IN 이명익

지난 3월19일 서울시 금천구 시흥대로73길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검사소가 차려졌다. 한쪽은 금천구보건소 앞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 평일 오전이라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민 10여 명은 띄엄띄엄 거리두기를 지키며 검사를 기다렸다. 길 건너 검사소는 풍경이 사뭇 달랐다. ‘외국인 근로자 코로나19 진단검사 받는 곳’이라는 현수막이 붙었고 ‘외국인 근로자’ 글자가 노란색으로 강조돼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 차려진 임시 선별진료소 앞에 검사 대기자들이 100m 넘게 구불구불 줄을 섰다. 오전 9시부터 검사가 시작됐는데 9시44분에 도착한 시민이 대기 번호 500번 표를 받았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도로변까지 줄을 선 시민 수백 명 앞에 검사소 관계자가 나와 “오늘 오전 검사 인원이 다 찼으니 점심시간 이후에 오시라”고 알렸다. 일터에 출근할 일정을 미루고 아침부터 나선 대기자들은 쉽사리 흩어지지 못했다. 기다리다 못해 길 건너 보건소 검사소를 찾아간 시민은 검사를 거부당했다. “외국인은 저쪽 편 검사소로 가셔야 합니다.”

3월17일부터 서울시내 곳곳에서 비슷한 광경이 벌어졌다. ‘행정명령’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3월17일 ‘서울시내 사업장에 1인 이상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와 외국인 노동자(미등록 외국인 포함)’에게 코로나19 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업주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조치’해야 하고 외국인 노동자는 ‘지체 없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업주가 외국인이라면 이 검사 대상이고 내국인이면 아니었다. 3월31일까지 이에 따르지 않으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1조 제10호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거나 감염 시 발생하는 모든 비용에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서울시뿐만 아니었다. 경기·대구·경북·강원·인천·광주·전남 등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에게 코로나19 검사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3월 초·중순부터 시행해왔다.

각계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서울대 인권센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이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주노동자만 분리·구별해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한 이번 정책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고 판단하며, 인권 원칙에 기반해 비차별적으로 방역정책을 시행할 것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지자체들에 권고했다. 주한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주한 노르웨이·스위스·영국 대사단은 행정명령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 항의 서한을 한국 외교부에 전달했다. 이 행정명령이 “차별적이고, 균형적이지 않고, 의학적 정당성도 없으며, 코로나19 감염 사례 감소라는 목적 달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된 외신의 보도도 잇따랐다.

격렬한 반응에 정책이 일부 변경됐다. 서울시는 고시 이틀 만인 3월19일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대신 3밀(밀접·밀집·밀폐)의 근무환경에 있는 고위험 사업장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3월31일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경기도는 도내 사업장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외국인 노동자만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했다가 3월18일 이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전수검사 행정명령에 대해 “차별 대우가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독려 차원의 조처(3월19일 브리핑)”라고 표현하던 중대본은 논란이 이어지자 3월21일 서울시에 행정명령 취소를 요청했고 다른 지자체들에도 정책 조정을 지시했다. 정세균 총리는 “방역 조치를 두고 인권침해와 차별 논란이 벌어진 점에 대해 중대본부장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수요자 입장에서 감수성을 가지고 수용성 있는 방역 조치를 시행하겠다”라고 말했다.

총리까지 유감을 표명했으니 논란은 일단락된 것일까? ‘좋은 인권 공부였다’는 뿌듯한 기억으로만 남기면 되는 일일까? 방역 확대 과정에서 일어난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이번 논란이 감염병과 인권 사이에 얽힌 너무나 복잡하고도 중차대한 함의와 과제를 품고 있다.

첫째, 이번 일을 통해 지난해 유행 초기부터 굳건히 이어져온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정책의 방향이 여실히 드러났다. 여전히 어떤 ‘환경’이 아닌 어떤 ‘사람’을 중심으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인식하고 정책을 만들어나간다는 사실이 또 한 번 증명되었다. 이번 행정명령들은 2월 중순부터 남양주·동두천·평택 등 수도권 지역 영세 사업장에서 집단감염이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감염 사례의 공통점은 사업장들이 모두 좁고 거리두기가 안 되고 환기가 안 되며, 마찬가지로 열악한 환경의 집단 기숙사에서 노동자들이 숙식을 해결한다는 점이었다. 확산의 불길을 잡기 위해 광범위한 진단검사를 도입한다면 그 대상의 규정은 ‘사업장 규모’ ‘기숙사 운영’ ‘노동자 집단거주’ 등의 키워드가 조합되는 게 맞았다. 하지만 행정 당국은 공간 특성 대신 인적 특성을 규정했다. 바로 ‘외국인’이었다.

길 건너 금천보건소 앞 선별진료소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시사IN 이명익

시시때때로 내려진 전수검사 행정명령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ㄱ씨는 3월22일 저녁 외국인 노동자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사장님이 나라에서 검사받아야 한다고 해서” 6시에 퇴근해 1시간 동안 이동한 다음 2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다. 같은 공장 외국인 노동자 10명이 함께 검사를 받았다. 같이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 20명은 검사를 받지 않았다. ㄱ씨는 “검사받으니까 안전해진 것 같아서 좋기도 한데 한국인 직원도 다 같이 받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조건을 조금 바꾸어, 한 도시에서 한국인 직원 50~100인이 근무하는 중소 규모의 사무실 집단감염이 다수 발견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사무실들은 공통적으로 창문이 없었고 문을 닫고 온풍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또한 확진자 면면을 살펴보니 40대 남성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방역 당국은 대책을 발표했다. 도시 전체 인구에 행정명령을 내린다. “40대 남성은 모두 진단검사를 받으라. 불응할 시 처벌하겠다.” ‘40대 남성’이라는 카테고리를 ‘20대 여성’이나 ‘20대 남성’ 혹은 ‘○○동 거주자’ ‘고졸 미만’ ‘지방 출신’ 이런 분류로 바꿔보고 각각의 느낌을 살펴보자.

시민사회와 인권단체들의 비판은 바로 이 지점을 향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집단감염 발병의 근본 원인은 밀집·밀접·밀폐로 감염에 취약한 노동조건과 열악한 주거 환경이지 그곳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국적에 있지 않다. …오히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을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높은 집단으로 일반화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켜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서울대 인권센터 3월18일 의견서).” “바이러스가 피부색이나 출신 국가에 따라 서로 다른 위험성을 가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일정한 시기에 일괄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행정명령은 바이러스의 확산과 확진자 증가세의 원인을 이주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겠다는 의지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3월19일 성명서).”

방역은 필연적으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인권침해라는 실(失)에도 불구하고 방역 효과라는 득(得)이 현저히 크다면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특정 집단을 ‘타기팅(targeting)’하는 방역정책에는 맹점이 있다. 바로 보건학에서 이야기하는 ‘부메랑 효과’다. 서보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타기팅이 위험한 이유는, 똑같은 환경에 놓인 비대상자들이 ‘나는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감염 위험에 놓인 사람들의 경각심을 오히려 약하게 만든다. ‘이것은 우리와 다른 그들의 문제일 뿐 우리는 안전하다’는 가짜 안전의 감각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낙인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타기팅식의 방역 전략은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감염병 확산 방지에 오히려 역효과를 내게 되어 있다.”

이번 사안은 ‘외국인 차별’이라는 문제만 담고 있을까?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검사’식 방역 조치들은 문제가 없을까? 행정명령 논란으로 떠오른 두 번째 질문이다. 외국인 노동자 전수검사 행정명령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3월18일 브리핑에서 행정명령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방역상 위험도가 높은 불특정 다수에 대해 검사 이행명령을 내려왔다. 이태원, 8·15 집회 등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도 지역 방문자 전원 진단검사 명령을 시행했다.”

박 국장 말이 맞다. 감염이 확산될 때마다 우리 방역 행정의 제1전략은 늘 전수검사였다. 지난해 2월 신천지 교인에 대한 전수검사 행정명령이 그 시작이었다. 서울 이태원 방문자, 8·15 광화문광장 방문자뿐 아니라 유흥주점 종사자, BTJ 열방센터 방문자,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학생·교직원, 성인오락실 이용자 등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했거나 의심되는 많은 집단에 대해 지난 1년간 시시때때로, 전국적 혹은 지자체별로 전수검사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요양시설이나 병원, 보육시설 종사자들도 자주 전수검사 행정명령의 대상이 되었다.

포항시는 지난 1월 가구당 1명 의무검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많은 지자체들이 여론의 비판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 전수검사 조치를 철회하던 날 동시에 목욕업 종사자들에 대한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중대본이 지자체들에 ‘특단의 방역대책’을 주문할 때마다 지자체들은 이런저런 전수검사 전략을 경쟁적으로 내세웠다. 전수검사 행정명령이 내려질 때마다 ‘어길 시 엄벌 조치’ ‘무관용 원칙’ ‘감염 시 구상권 청구’와 같은 엄벌주의 언어가 따라붙었다.

3월19일 서울 구로역 앞, 트럭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은 외국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시사IN 이명익

검사 강제와 검사 접근성, 하늘과 땅 차이

이런 식의 전수검사 전략이 효과적이기는 했는가? 집단마다 시기마다 달랐지만 늘 효과적인 건 아니었다. 이번 외국인 노동자 전수검사 경우만 살펴보면, 대구시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 1차 검사로 2553명을 검사했는데 그 가운데 한 명도 양성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외국인 노동자 신규 채용 사업주는 모든 외국인 노동자에게 진단검사를 의무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2차 행정명령을 내렸다. 광주시도 1만1297명의 외국인 노동자에게 검사 명령을 내렸지만 감염자 단 한 명을 찾아내는 데 그쳤다. 행정력 낭비인 동시에 ‘가짜 안심’을 만들어내기 십상이다. 최홍조 건양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해 여름 서울시 등에서 벌인 노숙인 전수검사를 떠올렸다. “지난여름 방역 사각지대 대책으로 노숙인에 대한 전수검사가 실시된 적이 있었다. 전원 음성이 나왔다. 시민사회에서는 노숙인 주거 환경 개선이 근본 방역 대책이라며 정책적 지원을 요구했지만 전수검사 외에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겨울이 되자 노숙인 사이 100여 명 집단감염이 터졌다. 일시적인 전수조사가 갖는 방역의 한계가 명확하다.”

이번 행정명령 논란의 과정에서 또 한 번 마주치게 된 우리 사회 모습 중 하나는, 이주노동의 계급성이다. 역설적이게도 외국인 노동자 전수검사 행정명령의 차별성과 비효율성이 여론의 지지를 업게 된 시점은, 외국인 노동자라는 다양한 층위 집단 가운데 경제적·사회적으로 맨 꼭대기를 차지하는 서울 거주 백인·서유럽 이주노동자들이 행정명령의 대상 안에 들어오고 난 뒤부터였다. ‘다문화’ 이주노동자가 “왜 나를 감염원 취급하느냐”라고 외칠 때는 별로 귀 기울이지 않던 방역 당국과 언론과 시민들이 화이트칼라 ‘글로벌’ 기업인과 외교관들이 외국인 차별 이슈를 제기하자 귀를 열기 시작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것 저런 것 따져가며 코로나19 검사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검사를 활용해 더 퍼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면 방법은 정해져 있다. 더 쉽고 편하게 검사에 접근하도록 검사 접근권을 높이는 것이다. ‘검사 강제’와 ‘검사 접근성’은 종이 한 장 차이 같지만 한편으로 하늘과 땅 차이일 수도 있다.

이번에 발견한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이주노동자들의 코로나19 검사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높다는 점이다. 외국인 노동자 전수검사 행정명령이 내려진 후에 인권단체 활동가 가운데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신분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 검사를 받을 때 자기 전화번호를 쓰지는 않되, 검사 결과가 궁금해 대신 주변 한국 활동가들의 전화번호를 기재한 것이었다. 그간 이들에게 검사 접근성이 얼마나 낮았고 한편으로 신분 노출의 부담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경기도의 경우 3월8일부터 3월22일까지 외국인 노동자 34만8792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당초 예상한 검사 인원 8만5000명의 3배 이상이다. 다른 지자체도 대부분 예상 인원의 2~3배를 넘겼다. 강제성으로 인한 결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제껏 외국인,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대한민국 코로나19 방역정책의 경험은 ‘소외’와 ‘배제’였다. 분명 한 공간 안에 함께 살고 있으며 바이러스는 국적을 가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방역과 재난 극복에 참여하는 일은 허락되지 않았다. 마스크 5부제 줄을 서지 못했고 보편적 재난지원금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다 ‘행정명령 불응 시 벌칙’이라는 강제 방식으로 소환된 첫 방역 참여가 이번 ‘외국인 노동자 의무 진단검사’였다.

이제 진짜 중요한 차례가 남았다. 백신접종이다. 우리가 100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공동체 범위 안에 사실은 20, 30만큼의 사람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앞으로 백신을 통한 코로나19 집단면역을 도모하면서 마주치게 될 것이다. 120, 130까지 씌워줄 정도의 면역 우산이 만들어져야 우리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다. 이번에 ‘방역을 위해’ 검사가 강제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방역을 위해’ 백신접종의 기회도 얻을 수 있을까? 서보경 교수는 말했다. “어떤 정책이 차별적 조치인지 복지 혜택인지를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나쁜 거 말고 좋은 거 줄 때도 똑같은 방식으로 할 거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전수검사 행정명령으로 행정 자원을 지출한다면, 이 원칙으로 백신접종 계획을 짤 때도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할 거냐고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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