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대거 짐 싸는데...고요한 어촌?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3.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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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차지하는 불법체류자 통계 미반영

[현대해양] 국내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어 중소 제조업체, 영농기를 맞은 농촌이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와 달리 상대적으로 어촌은 조용한 듯 하다. 현장은 어떠할까?

관련 당국은 코로나19가 올해 선원수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외국인선원 수급 주관부처는 어선 톤수 20톤을 기준으로 20톤미만은 고용노동부(E-9 비전문취업비자), 20톤이상은 해양수산부(E-10 선원비자)이다. 고용노동부 외국인인력담당관 관계자는 “현재까지 코로나로 인한 올해 외국선원수급이 막히는 경우는 없다. 올해 E-9 비자 외국인노동자 5만6,000여명 중 어업에 배정될 인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20톤이상 선원수급 실무조직인 수협중앙회의 선원지원실 관계자는 “1~2월은 원래 비수기여서 외국인선원 수급이 줄긴 했고, 최근까지 어선이 출항을 하지 못 할 정도의 조짐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3월중순부터 선원수급 감소가 가시화되면 코로나로 유의미한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외국인선원이 입국하면 의무적으로 2박3일에 거쳐 통상 10~200여명을 대상으로 집단교육이 진행된다. 이에 주관기관은 교육장에 손소독제 비치하고 발열상태를 수시 확인하며, 식사시 한쪽 면만 보게 좌석을 배치를 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3월부터는 교육을 잠정 중단하고 재개를 위해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당국은 어촌에 인력난이 발생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지만 불법체류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현장에서는 위기가 도래했다는 반응이다.

업계관계자는 “어촌 외국인노동자에 대해서 어떤 선종에서 어느 정도 증감이 있었는지만 알 수 있지, 체류기간, 비자가 만료됐는지 등 실태 진단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선원통계도 제대로 잡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한국수산어촌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외국인 선원평균 이탈율이 20톤미만 어선에서 49%, 20톤이상 어선에서 27%로 나타났다. 20톤미만의 외국인선원 절반이 어선을 이탈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가운데 정부에서 집계하는 외국인선원 수급현황에는 불법체류자가 배제됐기에 현실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어촌에는 어선원끼리 불법체류자라도 서로 빼오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인력이 없으면 조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선주 혹은 중간 브로커들이 돈은 더 얹혀준다며 타 어선 선원의 이탈을 재촉해 왔다. 더욱이 비전문취업비자로 들어온 20톤미만 어선원들은 위험천만한 어선업에서 아예 농촌, 제조업 등 타분야로 옮기는 시도를 단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가 외국인노동자들의 이탈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선원 중개업체 대표 A씨는 "2주 전부터 외국인선원 보급이 끊겼다. 베트남, 태국 등에서 오는 항공편 자체도 줄거나 끊기면서 신규 선원보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베트남 선원뿐만 아니라 태국, 중국인 등 대부분 외국인 선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최근 속초지역에서는 베트남 선원들이 어선주에게 승선을 거부하며 자가격리시켜 달라며 보이콧하는 사태도 일어났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법무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자진출국하는 불법체류자에게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대한 범칙금과 입국금지를 면제해준다고 공언해 어촌의 불법체류자들은 자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법무부는 3~6개월 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재입국을 허용해준다는 방침이어서 코로나19 사태도 발발했겠다 불법체류자들은 나중에 다시 입국하겠다는 생각으로 어촌을 이탈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그간 불법체류자에 상당히 의존해 왔던 어촌에서는 근본적으로 외국인선원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로 이원화된 관리부처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성렬 (사)한국연근해어선 외국인선원관리협회장은 “고용노동부는 어선주들이 원하는 시기에 외국인선원을 충분히 공급할을 수 있게 외국인선원 쿼터를 늘리려는 의지가 미흡하다. 해양수산부가 관리를 도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15년 7월 해양수산부 소득복지과 및 선원정책과와 고용노동부 간 양 제도 통합을 위한 부처 간 협의 추진이 진행된 바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반대로 2017년 이후 중단됐으며 이후 2015년 11월 이종배 의원 대표 발의로 고용허가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불법체류자에 의존했던 어촌이 위기를 타개할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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