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외국인 노동자 인권 모임 정귀순 대표  

[오마이뉴스 2004-04-27 15:14]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 가야만 합니다. 이주 노동자 문제가 인권문제로 불리는 것은 한국 사회의 낮은 인권지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부산 전포동에 위치한 '부산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사무실의 한 구석 작은 공간에 집무실을 마련하고 일을 하고 있는 정귀순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문도 없이 칸막이 만 설치해둔 공간이라 그곳에서 쉬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웃고 떠드는 이야기도 들렸고, 편하게 그녀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작은 체구에 넉넉한 웃음을 가진 그녀와 노동자 문제와 현재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산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FWR)은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부산 경남 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권 보호 활동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촌 사회 형성을 위해 설립됐다. 현재 이곳에서는'외국인 노동자 인권상담','무료진료소 사업','한글교실','영자신문발행','한국 문화 알리기','연구 교육사업'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녀가 처음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96년 10월이었다. 국내에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그녀는 부산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성당에서 필리핀 노동자와의 대화를 통해 처참한 신세의 불법 체류자들을 보게 되었고, 그들이 받는 처참한 대우를 알게 되고부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귀순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리적인 측면이나 환경적인 부분에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며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실어 이야기했다.

"그래도 96년에 비하면 정말 빠르게 개선중입니다. 또한 주변에서도 산업재해 근로자가 병원에 실려 오면 한국 분들이 저희에게 먼저 연락을 해줄 정도로 인식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공간  

그녀는 "국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인정했고, 고용허가제를 시행하는 등 정부에서도 조금씩 현 문제(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인정하고 시정해 가는 모습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8년간 이 일을 해오면서 "외국인 친구들 문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 고통스러워요. 기숙사 같은 곳에서의 생활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80년대 노동자들의 환경과 너무 비슷하다"며 그들의 문제는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 왔고,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며 생긴 문제라는 것을 그녀는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데,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사람이니 차별받아도 되지'란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 인식을 바꾸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그녀는 한국의 낮은 의식이 이주 노동자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시행중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미등록 처리되었던 30만 정도의 외국인 노동자가 합법화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회사를 정하게 되면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감수해야만 해요. 참다못해 결국 그 회사를 나가게 되면 그들은 또 불법체류자가 되고 만다"면서 그는 아직도 미흡한 정부 정책을 꼬집었다.

또한 그녀는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의 커플, 결혼도 늘어가는 추세”라며 더 이상 폐쇄적인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왓심와하메드씨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한국에 살고 있는 왓심 와하메드(32세, 파키스탄출신)씨는 "결혼 초기에는 주변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봤지만 지금은 잘 해 주세요"라며 4살 된 아들을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요즘은 일자리 찾기도 참 힘이 듭니다. 대표님 같은 분이 전국에 계시면 좋겠다"며 그녀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늘어가고 있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아프간 난민 캠프에 눈을 돌려 국제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도 자국의 문제로 외국에 나가 일하게 되는 이주 노동자가 되지 않도록 아프간 난민 캠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한국에서 머무르며 얻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국의 현실에 반영해 조금씩 그들의 국가를 바꾸어 갈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을 기대한다”는 그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과 한국 사회의 낮은 인식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사람들의 생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박정일 기자 (aieseck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