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최저임금법 차등적용은 인종차별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

3월21일은 유엔에서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인 1960년 3월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샤프빌(Sharpville) 지역 경찰서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인종별로 거주지를 나눈 뒤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면 항상 ‘통행권’을 소지해야 한다는 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 <통행제한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우리는 통행증이 없으니 모두 체포하라며 경찰서로 모여들었고, 어느새 그 숫자가 수천 명을 넘어섰다.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시위 분위기도 점점 격앙되었고, 경찰은 저공비행 전투기까지 동원한 해산 작전 과정에서 도망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공식 집계로 69명의 민간인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샤프빌의 학살’로 불리는 이 사건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로부터 6년 뒤 열린 1966년 유엔 총회에서는 모든 종류의 인종차별을 철폐하는 결의안이 통과되었고, 샤프빌의 학살이 있었던 3월21일이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공식 선언되기에 이른다. 

[시선]최저임금법 차등적용은 인종차별

지난 일요일 광화문에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모였다. ‘이주노동자, 이곳에 삶’이라는 이름으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경험한 부당한 인종차별을 증언하는 자리였다. 얼마 전 출입국관리소의 단속과정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를 추모하며 인간을 사냥하듯 이루어지는 출입국 단속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유엔과 ILO에서 문제로 지적되어 왔고 2017년에는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위원회(사회권 위원회)’에서도 제도 폐지를 권고한 외국인에 대한 사업장 변경 제한의 문제점, 임금체불과 산업재해와 난민이라는 이유로 일자리에서 쫓겨난 노동자의 이야기가 봄볕 가득한 광장을 채웠다.

1960년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샤프빌과 2019년 3월 한국의 광화문은 슬프게도 닮아 있었다. 이주노동자도 인간이다,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을 중단하라는 이들의 외침은 나는 통행권이 없으니 체포하라는 구호와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 시절 ‘통행제한법’이 등장했던 철학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노골적인 인종차별 법률안이 국회에 등장한 것도 닮았다.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근로시작 1년 이내의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액의 30%, 2년차 때는 20%를 감액하여 지급할 수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국회에 발의된 여러 법안 중 인종차별적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최악의 비열한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완영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는 언어·문화 등으로 업무습득 기간이 오래 걸리고,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다’면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하여 고통받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정작 개정안에서 적용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사업장은 법에 따라 사업주가 내국인을 고용하려고 노력하였지만 결국 직원을 구하지 못한 일자리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 국회의원이 나서서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주려 노력하는 사업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이 과연 누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일까. 게다가, 최저임금이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최저기준이므로 ‘생산성’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감액할 수 있다는 주장 자체가 황당한 것이지만, 만약 가능하다고 한다면 가장 먼저 감액되어야 하는 직군은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저임금 노동자들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다하지 않은 채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가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아닐까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172032005&code=990100#csidx528a61a6c5aba829354d9c6a06c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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