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최저임금이 올랐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8590원, 주 40시간 기준 월급은 179만5310원이다.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지면서 노동자의 국적·지역·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모두에게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그러나 바다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바다에서 일하는 선원들의 최저임금은 해양수산부 장관이 월 고정액으로 고시한다. 올해 선원 최저임금은 월 221만5960원이다. 일반적으로 선원 최저임금이 육상 노동자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된다. 노동시간이 길고 강도가 센 선상노동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다. 선원 중에서도 어선원의 경우 선원법상 노동시간, 휴식시간 및 휴일 규정을 적용받지 못해 장시간 노동을 하고도 가산수당은커녕 일한 시간만큼의 보수조차 받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어선원들은 비율급제라는 임금제도를 통해 최저임금 외에도 어획량에 따른 성과급을 노사 간 합의된 비율로 받는다. 이러한 비율급은 어선원의 직급에 따라 최저임금의 수 배에서 수십 배에 달한다.

하지만 선원 최저임금과 어선원 비율급제는 한국인 선원들에게만 적용된다. 선원 최저임금 고시에는 ‘외국인 선원의 경우 해당 선원노동단체와 선박소유자단체 간에 단체협약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음’이란 단서가 붙어 있다. 외국인 선원들은 가입할 수도 없는 노동조합이 입맛대로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은 한국인에 비해 언제나 낮게 정해진다. 올해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은 연근해 어선원의 경우 월 172만3500원, 원양 어선원의 경우 월 625달러다. 외국인 어선원들에게는 이 최저임금이 곧 월급이 된다.

최저임금 차별은 재해보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어선원의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승선평균임금을 선원 최저임금과 함께 고시한다. 비율급에 따른 실제 임금은 조업기간이 끝난 뒤 알게 되기 때문에, 조업 중 재해를 당하면 보상을 위한 평균임금을 계산하기 어렵고, 그러다보면 어선원이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2020년 고시된 승선평균임금은 월 458만3140원으로 선원 최저임금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외국인 어선원들이 재해를 당하면 고시된 승선평균임금이 아닌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보상금이 산정된다. 2016년 대법원은 외국인 어선원에게도 해양수산부 장관이 고시한 재해보상 승선평균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어선원 재해보상을 담당하는 수협중앙회가 2018년 선원노련과의 합의를 통해 대법원 판례를 무력화시켰다.

어업은 국내 어느 산업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2018년 말 기준 외국인 어선원은 전체 어선원의 43%를 넘어섰다. 나이든 한국인 어선원들을 대신해 고되고 힘든 일을 맡고 있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차별받는 부당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배를 떠나는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선원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한국 어업의 미래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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