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내몰리는 이주노동자들… 2019년 상반기 산재 사망자 10% 차지

주먹구구식 안전교육 잇단 ‘人災’ / 영세사업장 근무 집중 사고 늘어 / 관련단체들 “사업장 변경 허용을”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9월10일 경북 영덕군의 한 오징어 가공업체는 작업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모아놓는 저장탱크 청소 작업을 진행했다. 8년 만의 작업에 투입된 건 태국인 A씨였다. 그는 탱크 진입 이후 얼마 안 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부패한 부산물이 내뿜는 유해가스에 질식한 것이었다. A씨는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전혀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탱크에는 오징어 내장 등 부산물이 30㎝가량 쌓여 있었다. 쓰러진 A씨를 구하러 탱크에 들어간 이들도 마찬가지로 태국인 2명과 베트남인 1명이었고, 이들 역시 진입 이후 얼마 안 가 정신을 잃었다. 이날 사고로 이들 4명 모두가 목숨을 잃었다.

이는 명백한 인재였다. 작업 전 산소농도를 측정하고 안정장비를 구비하는 일이 선행돼야 했으나 그러지 않은 것이다. 이 사고 업체는 사업주 포함 규모가 10명에 불과한 소규모 사업장이었고, 사업주·관리자를 제외한 노동자 8명이 전부 외국인이었다. 이렇게 이주노동자들이 중소·영세사업장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산업재해 사망사고 또한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주노동자의 날(18일)을 앞두고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이주노동자 대상 안전교육 실효성 제고, 고용허가제 개선 등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17일 이주공동행동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용노동부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88명이던 산업재해 외국인 사망자 수는 2017년 107명, 지난해 136명까지 증가했다. 올해 1∼6월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중 이주노동자 비중은 약 10%(465명 중 42명)에 이르렀다.

이런 이주노동자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정부의 주먹구구식 안전교육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관련 단체 사이에서 나온다.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이주노동자는 출국 전후로 관련 교육을 받는데 일반 산업안전법에 대한 설명이나 동영상을 보는 정도에 그쳐 실제 현장에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허용된 업종 내에서 구직을 할 수 있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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