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인도적 체류 허가자 인권실태 발표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11일 진행한 '이주 인권 가이드라인 모니터링 결과보고회'에서 참가자들이 인도적 체류 허가자들의 어려움을 발표하고 있다. [촬영 박의래 기자]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딸을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한 달에 35만원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시민단체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금은 보육비 지원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어요. 보육비가 부담스러워 당분간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이주 인권 가이드라인 모니터링 결과보고회'를 열고 인도적 체류 허가자들이 한국 땅에서 살면서 겪는 어려움을 발표했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난민법상 난민으로는 인정되지 않았으나, 자국으로 돌아갔을 때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를 당하거나 처벌당할 우려가 있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지위다. 강제 추방되지는 않고 국내에서 취업도 할 수 있지만, 난민으로 인정된 이들과 비교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매우 적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의 자녀는 양육비 지원이나 어린이집 이용 관련 보육비 지원을 받지 못해 개인이 보육 비용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또 의무교육인 초·중등 학교 교육을 받을 수는 있지만, 교육기본법상 의무교육 대상이 '국민'이어서 이주 아동에게는 취학통지서가 발부되지 않는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가 알아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

2014년 인도적 체류 허가자가 된 A씨는 당시 11살인 자녀를 어떻게 학교에 보내야 할지 알지 못해 학교에 보낼 생각을 못 했다.

A씨는 "한국어를 못 해 아이를 언제 어떻게 학교에 보내야 하는지 몰랐다"며 "정부에서는 출입국 사무소는 물론 어디도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주변에서 A씨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 A씨 자녀는 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상당수의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알지 못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조혼 문화가 있는 지역에서 온 인도적 체류 가정의 아동이 결혼을 강요당해도 아동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단법인 두루의 김진 변호사는 "영유아보육법이나 난민법을 개정해 인도적 체류 아동도 보육료 및 양육 수당을 지원받고,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의무교육 대상에 인도적 체류자 아동을 포함해야 한다"며 "아동 최상의 이익이 우선 고려되는 정책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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