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자녀들 "우리도 교육받고 싶어요"

경기 ㅅ초등학교 3학년 빌궁(13)은 몽골 어린이다. 3년 전 부모님을 따라 우리 나라로 와 교육을 받고 있다. 나이로는 6학년이어야 맞지만, 학교쪽의 학력심사 결과에 따라 저학년에 배정됐다. 빌궁은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성격이 밝고 적응이 빨라 지난해 2학기 때는 반장을 맡기까지 했다.
친구들은 빌궁이의 존재를 그다지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다. 가끔 “몽골말을 가르쳐 달라”거나 “몽골이 어떤 나라냐”고 묻는 등 호기심을 보이는 정도다. 그러면 빌궁은 몇마디 해주지만,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한국에 있으니 한국 아이들과 똑같이 생활하고 싶어서”다.

아동권리 국제협약 좇아
초·중교 개방했지만
경제적 부담때문에‥
불법체류 발각될까봐‥
대다수 제도교육 밖에 편견·차별 해소도 과제
한국어 교육과정 등
체계적 지원 이뤄져야


2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온 아이린(13)은 지난달 초 경기 ㅇ초등학교 6학년에 편입했다. 모국에서 5학년을 다니다 한국에 온 아이린은 공부를 곧잘 해 바로 6학년으로 배정받았다. 하지만 아이린은 한국말이 서투르다. 아이린은 “특히 사회 시간에는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을 때가 많다”고 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아직 서먹서먹한 편이다. 가끔 아이들이 “외모가 왜 이상하냐”는 식으로 놀리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빌궁, 아이린의 부모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다. 하지만 학교생활에 큰 어려움은 느끼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01년부터 외국인 불법체류 노동자의 자녀에게 학교를 개방했다. 교육당국은 전세계약서, 후견인 보증서 등 국내 거주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만 있으면 이들의 입학을 허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동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의 취지에 따라 아이의 인권,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의무교육인 초등·중학교를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자녀에 대한 일선 학교들의 편견과 선입관은 다행히 크게 줄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코시안의 집 김영임 원장은 “예전에는 대부분의 학교가 이들의 입학을 거절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이런 아이들한테 특별히 신경을 써주려는 학교나 교사들도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없고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 대다수는 여전히 학교 울타리 밖에 있으며,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차별과 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몽골 어린이 타시카(13)는 지난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두달 만에 쫓겨나고 말았다. 점심시간에 교문밖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학교쪽에서는 교칙 위반을 방출 사유로 내세웠다. 현재 타시카는 집에서 지내고 있고, 부모는 본국으로 귀국을 모색하고 있다. 이 사건을 지켜봤던 김영임 원장은 “아직도 적지 않은 학교들이 이 아이들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문제가 있을 때 보듬고 돌봐주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밝힌 바로는, 지난해 7월 현재 국내 초·중·고에 재학중인 외국인 자녀 837명 가운데 불법체류자 자녀는 139명에 불과했다. 불법체류 외국인은 30만, 그 자녀는 3000명으로 추산된다. 당국이 학교 문을 개방했지만, 불법체류자 자녀의 절대 다수가 여전히 제도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들이 발각 우려와 경제적 이유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의 교육권이 현실과 제도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셈이다.

한편 장기 체류자의 경우 졸업,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다. 입학은 하더라도, 전체 수업일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식 학생으로 등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년을 마쳐도 졸업장이 아닌 수료증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은 정식 절차가 아닌, 알음알음 부탁에 의지하는 실정이다.

경기 안산 원곡중학교에는 6명의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이 재학중이다. 하지만 모두 청강생 신분이다. 엄격히 말해 이들은 재적인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나마 이 학교는 초등학교 ‘수료증’밖에 없는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을 잘 받아주기로 소문나 있다. 서주진 교장은 “청강생으로밖에 인정을 못해주고 졸업장을 못주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학교를 수료한 한 몽골 아이를 인근 고등학교 교장한테 부탁해 진학을 시켜주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 가정은 부부가 대부분 맞벌이이고 경제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이들 자녀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 방과후 교실 등 특별 프로그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학교에는 이런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지원체계는 없다.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 이란주씨는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귀국하려는 외국인 노동자 가정이 많다”며 “이들 자녀의 입학부터 학교생활, 진학까지를 세심히 아우르는 교육체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종태 기자 jtkim@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