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혐오 위험수위…위태로운 다문화 사회①
    기사등록 일시 [2013-04-01 09:17:07]
점점 대범해지는 '외국인 범죄'
국내 외국인 급증 추세와 비례
'제노포비아' 도 사회적 문제로

【춘천=뉴시스】김태겸 전형준 기자 =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이상한 나라. 동생의 사건을 통해 생명은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해 4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마 '오원춘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의 한탄이다. 재판부는 오원춘에 대해 1심에서 사형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판결을 뒤집어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사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재판부는 살인마 오원춘에 대한 양형 판단의 근거로 "피해자를 강간의 목적뿐 아니라 불상의 용도로 사체 인육을 제공하기 위한 의사 내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히며 1심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오원춘의 살해 방법이 잔인해 6시간동안 부엌칼을 이용해 일정한 크기와 모양으로 사체를 356조각으로 훼손해 이를 팔려했다는 '인육목적설'을 제기했다.

반면 반론도 만만찮았다. '국내에는 인육시장이 없다' '중국 인육시장 제공이 목적이었다면 국내서 살인할 이유가 없다' '부패 문제로 중국까지 운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등의 이유를 대며 ‘인육목적설'을 제기한 1심재판부가 무리한 추측을 하고 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이처럼 엽기적인 끔찍한 사건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자 많은 국민들이 격분하고 있다.

또 오원춘이 수감될 외국인 교도소의 ‘호화시설 논란’ 까지 등장해 비난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네티즌들은 살인마 오원춘의 범행은 우발적이지 않았고 '인육 제공업자설'에 대한 의혹을 추가로 수사 진행할 것을 당국에 촉구했다.

전 국민을 경악시킨 ‘오원춘 사건’ 이 발생한 지 4월1일로 1년이 지난 지금, 이 사건으로 그동안 국내 언론은 지난 2005년 이후 급격히 늘어난 '외국인 범죄'를 집중 조명했고 특히 인육캡슐, 성폭행, 살인 등 엽기적인 외국인 범죄 실태 분석을 통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이 여파로 최근 '제노포비아(Xenophobia)'가 사회적 문제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

'제노포비아'란 낯선 것 혹은 이방인을 뜻하는 '제노(xeno)'와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의 합성어로, 외국인 혹은 이민족 혐오증을 말한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해 4.11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 의원을 둘러싼 악성 루머와 불신감 표출은 현재 한국이 앓고 있는 '제노포비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 줬다.

이와관련 항간에 떠돌고 있는 아시아권 입국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소위 '한국 영주권 취득 매뉴얼' 역시 제노포비아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 장애여성, 노처녀, 어린 여자에게 접근하라. ▲ 한국 여성을 무조건 임신시켜라. ▲ 영어를 써라. ▲ 한국 국적을 가질 때까지 결혼생활 2년을 유지해라. ▲ 단속에 걸리면 통역을 요구해라 등 충격적인 내용이 나열돼 있다.

정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외국인 범죄는 총 2만7000건으로 8년 전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현상으로, 오히려 다문화를 받아들이며 이에 대한 대책을 사전에 제도화하지 못한 정부의 늑장 대응이 문제라며 제도적 허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해 외국인 범죄유형을 보면 폭력이 7830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기 등의 지능범이 3540건, 절도 1766건, 성폭력 308건, 마약 243건, 강도, 살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중 최근 3년 사이 73%로 크게 증가한 외국인 성범죄는 그 심각성이 더해 이미 사회적 골치거리가 된지 오래다. 그러나 이런 성범죄가 국내거주 외국인들이 갑작스럽게 증가해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이미 우리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실례로 한 외국인 영어강사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한국여자 꼬시기 정말 쉬워'라는 글이 올라와 한동안 화제가 됐다.

주로 영어 원어민 강사들이 즐겨 본다는 이 사이트에는 '한국여자 쉽게 꼬시는 방법'이라는 글이 올라 왔고, 그 내용을 보자면 먼저 명품백에 명품옷 등을 걸친 여자들에게 접근해 특히 영어로만 말해야 하고 '눈이 예쁘다…날씬하다' 등 외모에 대한 칭찬을 자주하고 손을 항상 잡고 다니며 역겨운 길거리 음식도 맛있게 먹어주라고 자세한 행동요령까지 나와 있다.

한국여성을 비하하는 이 글은 퍼나르기를 통해 인터넷 상에 퍼졌고 일부 네티즌들이 이 글에 문제를 제기하자 해당 사이트에서는 곧 삭제했다.

외국인 범죄의 국적별 순위를 보면 중국 1만5677명, 베트남 2438명, 미국(미군포함) 1946명, 몽골 1503명, 태국 944명, 우즈베키스탄 728명, 필리핀 535명, 대만 504명, 캐나다 271명, 파키스탄 246명 순으로 1위인 중국의 경우 전체 외국인 범죄의 58.2%(중국동포 포함)를 차지했다.

이어 국적별 주요 범죄 유형은 중국의 경우 전체의 36.3%가 지능범죄였고 몽골은 폭력, 캐나다는 마약, 베트남은 절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범죄자들의 범행동기 순위에서는 '보복에 의한 범행 (31.9%)'이 가장 많았고 이어 '우발적 범행 (19.9%)', '미상 (19.7%)', '부주의 (9.6%)', '생활고 (5.6%)' 등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중국인 범죄'에 떠오르는 것을 물었을 때 단연 '살인마 오원춘'을 떠올렸고 2위는 ‘짝퉁 밀수' 3위로는 '신원 미상의 가사도우미' 등을 들며 이들의 엽기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문화의 차이 이상으로 극에 달해 있다.

외국인 범죄 최대 발생 지역도 주로 외국인이 밀집한 서울 구로구(1178건)가 단연 1위였고 안산 단원구(870건), 영등포(873건), 시흥(527건)의 순으로 분석됐다.

상황이 이렇자 정작 시민들은 외국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곳이나 우범지역인 경우에는 노골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시민들은 외국인 범죄와 발생지역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그 사람들(외국인)은 우리와 사고가 달라 양보라는 것이 없어요" "공권력의 강력한 처벌이 아쉽습니다" "이곳에 집 줄 테니 살라고 해도 안삽니다"라며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동안 외국인 범죄가 엽기적이고 잔인한 양상을 보여줬기 때문에 시민들의 거부감 역시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앞서 경찰 외사과는 외국인 범죄에 대한 예방과 단속을 위해 각 국 유학생들의 자발적 협조를 받아 지역별로 '외국인 자율방범대'를 운영하는 한편 각 지구대 및 경찰서에 외국인과의 소통을 위해 최소한의 영어 통역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약 140만명이 넘고 외국인 자녀수도 17만명을 넘어서고 있어 이제 외국인들을 이방인으로서만 대해서는 안 되는 규모로 불어났다. 이는 국내에 90일 이상 머무르는 장기체류 등록 외국인과 한국국적 귀화자, 외국인 주민 자녀 등을 포함한 규모이다.

외국인 국내 거주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덩달아 각종 외국인 강력사건이 늘고 이에따라 내국인들의 외국인 혐오증도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어 내·외국인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 '시사 할(割) '은 = 앞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割)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