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2004-05-03 11:54]

【안산=뉴시스】
정부가 5월부터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집중 단속을 벌이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또 다시 산업현장을 떠나 대거 잠적하고 있다.

게다가 불법체류 신분으로 직장에서 한국인 동료 및 사장으로부터 받는 인격적 모욕감, 임금체불 등 이중고에 시달리다 못해 귀중한 목숨을 끊는 사례마저 잇따르고 있다.

이달부터 재개된 불법체류자 집중단속에 앞서 심리적 두려움과 한국에서의 경제적, 사회적 위상, 직장에서의 인격적, 신체적 모독 등을 비관하던 몽골출신 주부노동자가 달리던 전동차에 몸을 던졌다.

지난해 11월 E-2 비자로 입국,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 프레스공장 Y산업에서 월급 85만원을 받고 근무하던 몽골인 나라친메그(39.여)가 지난달 16일 목숨을 끊었다.

숨진 나라친메그는 이날 오후 9시20분께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4호선 안산전철역 3번 승강장에 서 있다 당고개 발 오이도행 4655호 전동차가 플랫폼으로 진입하는 순간 철로로 뛰어들어 그 자리에서 숨졌다.

나라침메그의 시신은 현재 안산 고대병원에 안치돼 있으며 4일 오전 10시 안산고대병원에서 장례식을 치를 예정이다.

또 지난달 27일에도 대구 M컴퓨터자수 회사에 근무하다 임금을 받지 못한 중국 조선족 정모씨(34)가 대구지하철 구내에서 달리는 전동차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정씨는 이날 오전 10시20분 대구지하철 아양역 플렛폼에 서 있다 1083호 안심행 전동차가 도착하는 순간 선로에 몸을 던져 왼쪽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중 사망했다.

정씨는 유서에서 "저는 집에 가고 싶어요. 그러나 회사 사장님이 돈을 주지 않아요. 노동부에 가서도 해결을 못했어요. 외국인도 사람입니다. 왜 일을 했는데 사장은 돈을 안주는건가요? 나는 돈이 없어 집에 못 갑니다. 방법이 없어 죽음을 택합니다"고 적어놓았다.

이처럼 목숨을 끊은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해 11월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 다나카(32)를 비롯 최근까지 모두 11명으로 밝혀졌다.

한편 정부가 강제추방에 본격 나선 지난해 12월 현재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13만9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단속 이전보다 3만4000여명이 늘어난 것이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김재근 사무국장은 "불법체류자 단속과정에서 각종 인권유린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심지어 이들의 인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성직자 인격까지 모독하는 실정"이라며 "단속이후 늘어나는 불법체류자 문제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국내 불법체류자를 모두 합법화해야 한다" 주장했다.

임덕철기자 ultr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