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 실천 의사의 길, 계속 된다18일 인의협 창립 30주년 기념식…“민중과 함께 인도주의 실천의 깃발 들고 그 자리 지킬 것”
안은선 기자 | 승인 2017.11.20 14:08

지금까지 30년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10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이 땅에 민주주의를 더욱더 확대하고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고 증진하는데 앞장서며 민중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온전히 실현하는 날까지 의사로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의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인의협 창립 30주년 기념식 참석자 일동

광장에 선 의사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공동대표 김정범 우석균 정영진 이하 인의협)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세상과 함께하는 의사들의 서른 해’란 캐치프레이즈로 지난 18일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대회의실에서 ‘30주년 창립기념식’을 개최하고 지난 30년을 짚고, 향후 100년을 위한 다짐을 세웠다.

먼저 인의협 우석균 공동대표를 비롯해 인의협 대구‧경북지회 이종우‧김건우 공동대표 부산‧경남지회 정운용 회장, 대전‧충남지회 박경남 회장, 광주‧전남 이경종 회장이 나와 ‘인의협 30주년 특별 선언문’을 낭독했다.

인의협 각 지회 대표들이 나와 '인의협 30주년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인의협은 6월 민주항쟁, 노동자 투쟁 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평화, 민중의 건강권과 인간답게 살 권리, 그리고 이를 위한 의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 해 11월 21일 출범했다”며 “우리는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위해 노력했고, 이제 30주년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 번 다음과 같은 결의를 다진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의료윤리를 수호하는 파수꾼이 되고자 한다”면서 “오늘날 의사들의 의료행위에서 인도주의실천의 기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기치가 되고 있으며, 우리는 국가권력과 또 하나의 권력이 된 자본에 대해 독립적이며, 오로지 의학과 양심에 근거해 환자와 국민을 위한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이들은 “장벽 없는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 의료가 모든 국민의 권리가 되도록 우리는 언제나 한 발짝 앞장설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적 방벽과 문화적‧인종적 차별로 인해 필수적인 의료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 이들 소수자와 함께 차별과 편견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사회의 불의와 불평등에 맞서고, 생명을 위협하는 전쟁에 반대하고 국경을 넘는 평화의 연대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우리의 의술이 사회의 모든 불의와 부정의를 해결할 순 없지만, 최소한 세상이 아프면 의사도 같이 아파야 한다고 생각하며 현장에 항상 함께하려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민중과 함께하는 그 자리에서 인도주의 실천의 깃발을 들고 그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의협 창립 30주년 기념식

생명이 빛나는 그 길…인의협이 함께 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인의협 회원을 비롯한 각 지회 대표, 홍창의 초대 이사장, 윤종구 2대 이사장, 심재식 3대 이사장 등 내빈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김용진 공동대표,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상임대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최종진 직무대행, 더불어민주당 남윤인순 의원, 그리고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하 민의련) 나가세 후미오 부회장, People's Health  Movement(이하 PHM) Edelina P. Dela Paz 조직위원장, 영국 Socialist Health Association(이하 SHA) Jean Hardiman Smith 사무총장 등이 외빈으로 참석해 축하를 보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공동대표이기도 한 건치 김용진 공동대표는 축사에 나서 지금까지 인의협의 노고에 대한 격려와 앞으로의 기대감을 전했다.

그는 “환자를 돈으로 보지 않고 온전히 한 인간으로 보는, 정말 힘들고 아플 때 언제나 달려와 보살펴주는, 아픈 곳만 들여다보지 않고 아픈 삶을 보는, 아픈 환자만이 아니라 그 아픔을 만드는 사회와 제도를 치료하는, 그런 의사들이 여기에 인의협 의사들이 있다”면서 “우리 보건연합은 인의협과 함께 보건의료운동을 하면서 늘 감동하며 존경해 왔고 앞으로도 변치 않고 민중의 건강권 실현을 위해 함께 해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의련 나가세 후미오 부회장도 축사에 나서 “인의협은 창립 이래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키우고, 뿌리내리게 하는 일에 큰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1936년 일본의 침략전쟁을 반대하고 노동자, 무산자진료소를 모태로한 우리 민의련은 정신적 지주인 히다 슌타로 선생의 가장 곤궁한 이들의 편에 서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생명을 함부로 하는 것에 철저히 저항한다는 정신을 따라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나가세 부회장은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낭독한 후, “전쟁과 평화‧인권‧생명은 양립할 수 없다”며 “인의협과 함께 생명이 빛나는 새로운 길을 계속해서 걸어나가겠다”고 전했다.

(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건치 김용진 공동대표, 민의련 나가세 후미오 부회장, SHA Jean Hardiman Smith 사무총장 , PHA Edelina P. Dela Paz 조직위원장이 축사를 전했다.

PHM의 Edelina P. Dela Paz 조직위원장은 “인의협의 역사와 선언문을 들으면서 독재항거 등 필리핀과 굉장히 비슷한 상황을 거쳐 왔다는 걸 알게됐다”며 “의료와 이윤추구는 함께 갈 수 없고, 보편적 의료가 모두에게 제공돼야 한다는 가치를 신자유주의 하에서 지켜내기 위해 서로 도우며 싸워나가며 함께 승리하자”고 축사를 전했다.

SHA의 Jean Hardiman Smith 사무총장도 “영국은 세계 2차대전 이후 나라에 질병이 창궐하는데도 적절한 치료를 못 받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들이 싸워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료제도를 건설했다”며 “신자유주의 때문에 일부 후퇴했지만, 우리 SHA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인 의료혜택을 받아야 하고 그것이 인권차원에서 부여되야 한다는 인의협의 활동에 동질감을 느끼며, 인의협의 활동은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날 행사에서는 인의협의 창립부터 지금이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애쓴 회원들에 대한 공로패 수상이 진행됐다.

수상은 ▲홍창의 초대 이사장 ▲윤종구 2대 이사장 ▲심재식 3대 이사장 ▲고한석 이사장 ▲홍성훈 회원 ▲배기영 회원 ▲이문희 회원 ▲신현정 회원 ▲김진국 회원 ▲김병준 회원 ▲한일권 회원 ▲이귀숙 회원 ▲홍경표 회원 등에게 공로패가 전달됐다.

홍창의 초대 이사장이 공로패를 수상했다.
심재식 3대 이사장이 공로패 수상자들을 대표해 수상 소감을 전했다.

 심재식 3대 이사장은 “1987년 6월 항쟁을 기점으로 축적된 내부역량을 바탕으로 인의협을 만들었고, 산재, 직업병, 의료계 내부 분쟁, 의약분업, 의료윤리를 세우는 일을 해 왔다”며 “우리 인의협은 지난 30년동안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보건의료문제를 풀기위해 애써왔고, 앞으로도 창립정신을 놓치지 않고, 젊은 세대들이 대를 이어 연속성을 갖고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 2부는 최규진 회원이 저술한 『광장에 선 의사들』을 가지고 노꽃밴드와 함께 북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최규진 회원은 “인의협 30년 역사를 쓰기 위해 많은 회원 한 명 한 명을 만나면서, 역사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책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이걸 한권에 담는 작업은 힘들었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인의협 30년의 역사와 가치를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했다”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북콘서트는 ▲인의협의 탄생 ▲원진레이온 ▲IMF 시대 대국민 지원 사업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폭탄이 아니라 의약품을 ▲광우병 촛불의 불씨가 된 의료민영화반대운동 ▲백남기 농민 투쟁 등 시대별 주요사건과 인의협의 활동을 각 시대를 대표하는 회원이 낭독하고, 노꽃밴드가 그에 맞는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인의협을 이끌어 갈 의대생 7명이 무대에 서서 인의협가를 제창했다.
(왼쪽부터) 서홍관·김지영 회원이 인의협의 탄생과 관련한 내용을 낭독하고 있다.
이보라 사무국장 고은산·유기훈 학생이 '백남기 농민 투쟁'과 관련한 내용을 낭독하고 있다.

아래는 인의협 30주년 특별선언문 전문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30주년 특별선언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그에 이은 노동자 투쟁이 벌어진 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평화, 민중의 건강권과 인간답게 살 권리, 그리고 이를 위한 의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해 11월 21일 출범했습니다. 개개의 “질병보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라”고 인의협가 가사는 말합니다. 우리는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제 그 30주년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번 다음과 같은 결의를 다집니다.

우리는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의료윤리를 수호하는 파수꾼이 되고자 합니다.

의사가 환자를 대리하는 전문가로서 자기 임무를 다하려면 전문적인 의술만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권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의료윤리를 스스로 엄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의사들의 양심은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권력을 등에 업고 곡학아세하는 의사들을 방치하고, 상업주의에 굴복하여 근거 없는 진료를 해도 자정작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사와 국민들의 관계가 신뢰와 상호존중이 아니라 불신과 냉소의 관계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의사들의 의료행위에서 인도주의실천의 기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권력과 또 하나의 권력이 된 자본에 대해 독립적이며, 오로지 의학과 양심에 근거하여 환자와 국민을 위한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우리는 장벽 없는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 한 발자국 더 앞장서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30년 돈이 없어 의사의 진료를 받지 못하는 괴물과 같은 의료제도를 바꾸기 위해 투쟁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전국민건강보험 도입, 건강보험통합일원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일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수백만 명이 가난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건강보험의 혜택 바깥에 놓여있습니다. 질병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인구가 매년 40만 명이 넘고, 국민건강보험이 있음에도 민간보험을 들어야 안심할 수 있으며, 의사가 한 해에 3천 명 이상 배출되는데도 국민들은 주치의 한 명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의 소명은 진료실에서의 양심적 진료에 그칠 수 없습니다. 의료가 모든 국민의 권리가 되도록 우리는 언제나 한 발짝 앞장설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소외된 환자들에게 다가가고 차별과 편견에 맞서겠습니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의료는 폭발적으로 팽창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경제적 장벽과 문화적‧인종적 차별로 인해 필수적인 의료혜택을 누리지 못 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한 다수의 이주민은 인구의 4%가 넘었음에도 사당수가 불법적 신분으로 건강보험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이들 이주민은 진료현장에서도 문화적 인종적 편견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이는 여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진료현장에서 여성차별이 존재합니다. 성 소수자와 특정 질병 예를 들어 HIV/AIDS의 경우 공공연한 사회적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 소수자와 함께 차별과 편견에 맞서겠습니다.

우리는 사회의 불의와 불평등에 맞서겠습니다.

정치적 불의와 민주주의의 부재, 그리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할 뿐 아니라 개인, 지역, 계층, 성별 건강 불평등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환자 개인의 질병에 국한하지 않고 보다 넒은 시야를 가지고 건강과 질병을 이해하려 합니다. 우리가 보다 미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구하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이는 6월 민주항쟁과 이에 이은 노동자 투쟁으로 만들어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사명이기도 하며 특히 신자유주의적 의료민영화와 복지 긴축재정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중요한 사명입니다.

우리는 생명을 위협하는 전쟁에 반대하고 국경을 넘는 평화의 연대를 이어나가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위협과 군사적 긴장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전쟁은 인류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최대의 위협입니다. 또한, 군사적 긴장의 고조는 사회적 자원을 낭비적 군비확대에 쓰게 만듭니다. 우리는 모든 군비확에 반대하며 핵무기와 핵발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지금까지 투쟁해왔던 것처럼 반전과 평화를 위해 전 세계의 시민들과 연대하여 투쟁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의술이 사회의 모든 불의와 부정의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한국이 민주주의와 민중의 사회적 권리를 위한 투쟁의 현장에 항상 함께하려 노력해왔습니다. 최소한 세상이 아프면 의사도 같이 아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지금까지의 다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자 합니다. 우리는 사려 깊게 생각하지만, 앞장서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말한 바대로 실천하기를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또 이 땅의 부정의와 비참함을 조금이라도 개혁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그곳이 어디건 달려갈 것을 다짐합니다. 권력의 탄압이나 세간의 일시적 악평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탄압과 질시는 지금까지 우리의 명예였고 훈장이었습니다. 우리는 민중과 함께하는 그 자리에 우리는 인도주의 실천의 깃발을 들고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또 30년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2017. 11. 18.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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