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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 불리한 최저임금법 통과…꽉 막힌 노-정

등록 :2018-05-28 22:55수정 :2018-05-2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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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노동계 반발 개정안 강행
식비·교통비 등 산입범위 포함
한국노총 “위헌심판제청 신청”

임금보다 복지성격 식비까지 포함
최저임금위 심의 파행 예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국회 인근에서 ‘최저임금 산입법위 개악 저지 수도권 총파업대회’를 열어 국회로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가로막아 대치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국회 인근에서 ‘최저임금 산입법위 개악 저지 수도권 총파업대회’를 열어 국회로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가로막아 대치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과 식대·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새로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노동계는 모든 사회적 대화 거부를 선언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노정 관계가 상당 기간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찬성 160, 반대 24, 기권 14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매년 최저임금의 25%(올해 기준 월 39만3천원)를 초과하는 정기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월 11만원)를 넘는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내년부터 5년 동안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산입돼 2024년에는 전체가 최저임금에 들어간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여당 쪽에서는 산입범위 확대가 불가피한 조처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올해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린 뒤 줄곧 인건비 부담을 호소한 재계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면 최저임금의 범위라도 넓혀야 했다는 뜻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속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연봉이 4000만~5000만원인데도 복잡한 임금체계 탓에 기본급이 157만원 미만인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반영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개악’으로 규정하고 총파업과 사회적 대화 거부 등으로 맞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국회 앞에서 5천여명이 참가하는 수도권 대회 등 전국 14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총파업 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개악 논의를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를 탈퇴하고 이번 개정안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14개 도시서 총파업 대회
첫발 뗀 사회적 대화도 차질 불가피
최저임금률 큰폭 인상 목소리 커질 듯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훼손 원칙 논란
한달 초과 주기로 지급하는 임금
노조 과반 동의 없이도 변경 가능케
“무노조 기업 노동자들 생존 위협”

노동계가 이렇듯 강하게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복리후생비의 최저임금 산입 탓이다. 임금이라기보다 사용자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에 가까운 식비와 교통비, 숙박비 등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에 넣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계는 여야가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가리켜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숙식비 등이 ‘최저임금의 일부’가 된 것은 앞으로 외국인노동자 등 열악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한테 큰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양대 노총은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식비·교통비 등 생활보장 성격의 수당까지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해, (여야가) 최소한의 생활 안정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제도의 기본 취지까지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왼쪽)가 28일 오후 서울 국회 본회의에서 최저임금 삭감반대 손팻말을 컴퓨터 화면 뒷면에 붙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정미 정의당 대표(왼쪽)가 28일 오후 서울 국회 본회의에서 최저임금 삭감반대 손팻말을 컴퓨터 화면 뒷면에 붙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또 다른 문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특례 조항’이다. 개정안은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했다. 아울러 기업이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바꿔, 격월이나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월별 정기 상여금으로 쪼갤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특례 조항은 노사가 대등하게 근로조건을 결정한다는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만들고 문재인 정부가 폐기한 ‘양대 지침’ 유령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국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불이익 변경이 아닌 것으로 보겠다는 것은 문제”라며 “무노조 기업이나 노조가 약한 기업에서는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산입범위 확대가 앞으로 최저임금 논의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여야 합의로 ‘최저임금 범위’를 넓혀놓은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여력을 확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 인상률이 그만큼 깎일 수 있어 노동계가 큰 폭 인상을 주장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착륙을 연착륙으로 바꾼 것”이라며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재계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사전포석 성격이 있다.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재계 너희도 성의를 보여라’라고 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과 관계없이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을 계기로 노동계와 정부의 불편한 관계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달 앞으로 다가온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은 물론,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사회적 대화도 차질을 빚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 거부를 선언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사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최저임금 산입 문제가 국회로 넘어온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 처리를 미루기가 어려웠던 만큼, 앞으로 노동계와 대화를 통해 갈등을 좁혀가겠다는 분위기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 선상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 소득을 높여주자는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하려고 한 것”이라며 “노동계에서 잘못 이해하는 것들을 이해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임금위원회가 산입범위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데다, 노사 간 이해관계가 워낙 달라 이를 다시 위원회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여야 환경노동위원들의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기용 이지혜 서영지 기자 xeno@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46646.html#csidx7b980566a13c7c8ad05833337d9d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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