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외국인근로자 국내 일자리 잠식 안해
2011-12-27 오후 2:23:46 게재

최용식 중기중앙회 부회장 에스에스티 대표

'일자리는 생명이다'는 극단적인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사실 일자리는 우리 시대의 화두이다. 현 정부도 일자리 창출에 국정의 최우선 과제를 두고 있다.

일자리를 두고 사회 일각에서 외국인근로자 도입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실업도 심각한데 외국인근로자가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국내 근로자가 갈 곳은 더욱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산술적인 측면에서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기본적인 사실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첫째, 외국인근로자의 일자리를 국내 근로자로 대체가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외국인근로자들이 일하는 곳은 주로 국내근로자가 기피하는 업종의 중소제조업체이다. 올 8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사업주의 88%가 국내근로자를 확보하기 어려워서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는 국내 근로자가 거들떠보지 않은 일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지, 국내 일자리를 잠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우리사회가 산업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국내근로자 공급 환경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2009년 우리나라 출산률은 1.2명으로서 OECD 국가중 꼴찌다. 생산가능인구의 평균연령도 2008년 38.7세에서 2030년에는 42.7세로 노화된다.

국내 근로자 기피하는 일자리는 누가

셋째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기피 현상이 수그러질 수 있는가?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80% 내외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독일 36%, 일본 48%, 미국 64% 등 선진국은 물론 OECD 평균 56%보다 훨씬 높다.

학생들 대부분은 졸업 후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등의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고학력화는 청년층의 중소제조업으로의 인력유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고,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

넷째, 외국인근로자가 국내 기초산업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근로자가 많이 일하는 주조, 용접, 열처리, 금형 등 6대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산업이다.

하지만 일이 힘들다는 인식으로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이 업종에서 외국인근로자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인력난에 곤란을 느낀 기업주는 인력확보가 용이한 중국, 동남아로 이전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업종에서 일하는 국내근로자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실상 외국인근로자는 국내 근로자가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워줌으로써, 국내 일자리를 유지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최근 조사에서 중소업체들은 업체당 평균 3.5명, 약 9만9000명의 외국인근로자를 원했다. 더구나 체류기간이 만료돼 출국예정인 외국인근로자가 6만여명에 달하고 있어 중소기업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일자리에 대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대국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국내외 근로자 공생발전

노동집약적이며 부가가치가 적은 일은 외국인근로자에게 과감하게 개방하고, 기술·자본집약적이며 부가가치가 많은 일은 국내 근로자가 담당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야만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사회적으로 '일자리'도 더 늘릴 수 있다.

내년에는 외국인근로자 도입규모가 중소기업의 수요를 충족하는 수준으로 결정돼 외국인근로자와 국내 근로자, 그리고 중소기업이 다함께 공생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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