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의료지원 예산삭감, 간접살인 수준"
NGO단체들 잇달아 반발…지원 대상 늘렸지만 예산은 25%이상 감소

이주노동자들의 의료지원 사업예산이 국회 예결위에서 4분의 1이나 삭감된 채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NGO 단체들이 잇달아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이주노동자들의 의료지원 사업 시행지침까지 개정해 올해 1월부터 지원 대상을 늘려놨지만 이번 예산삭감으로 개정안도 무용지물이 될 처지에 놓였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주노동자 등 의료지원에 관한 보건복지부 예산 33억6,000만원 중 25.6%인 8억6,000만원을 삭감한 채 25억원으로 사업예산을 통과시켰다.

당초 복지부에선 전년도와 같은 수준의 예산안을 마련했지만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가 25억원 수준으로 예산을 삭감해 국회 상임위에 제출했다.

이에 국회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는 전년도와 동일 수준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삭감안을 다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국회 예결위에선 당초 기재부의 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최종 25억원으로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사업예산 축소로 담당부처인 복지부는 난처한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업 시행지침까지 개정해 대상을 크게 늘려놨지만 사용할 예산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침개정 전인 지난해 3/4분기까지만 해도 이미 25억5,000여만원을 사용하면서 삭감된 예산 수준을 초과한 상태다.

대상은 늘어나면서 더욱 까다로운 심사가 불가피해지는 것은 물론 조기에 사업예산이 바닥나 정작 혜택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이애란 사무국장은 "안타깝다. 이제 혜택을 기다린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됐다"며 "다문화 예산은 늘고 있는데 정작 필요한 의료지원비는 줄어드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이재산 사무처장은 또 "후퇴하는 정책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주노동자들이 건강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은 이번 의료비 지원예산 삭감은 간접살인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어 아시아이주문화공간 '오늘' 이세기 대표는 "예산이 남는다는 이유로 삭감을 했지만 현실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결국 탁상행정으로 인해 이주노동자와 가족들의 건강권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한 관계자는 "삭감될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아쉬움이 크다"며 "비록 예산이 삭감되긴 했지만 추경예산 등의 방법을 이용해 지원에는 큰 문제가 없도록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