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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이주노동자의 죽음 논란 왜?
경찰 ‘단순 자살 추정’ 시민단체 ‘진실규명 필요’
 
정창오 기자

네팔 출신 한 이주노동자의 죽음이 논란이다. 지난 6월12일 오후 동료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된 ‘갈레 던 라즈’씨(41)는 일단 경찰에 의해 단순 자살로 종결될 것으로 보였지만 동료들과 시민단체들이 라즈씨의 죽음에 대해 의문점이 많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     © 정창오 기자


라즈씨는 지난해 9월27일 한국에 입국해 달서구 대천동 소재의 이불솜 제조업체인 S산업에서 한국인 직원 15명과 버마 및 네팔 이주노동자 등 20여명과 함께 근무해왔다. 라즈씨는 9개월 여간 계속 야간근무를 해왔던 것으로 아려졌으며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실하며 아주 긍정적인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료들에 따르면 문제가 시작된 것은 지난 3월경부터다. 라즈씨는 네팔동료들에게 “스트레스가 심해 힘들다, 회사가 나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한다”, “화장실을 가는데도 감시하듯이 따라온다”고 자주 호소했다는 것.

라즈씨는 결국 지난 6월8일 네팔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처한 입장을 설명하고 사업장변경을 신청해 10일 회사를 나왔다. 같은 날 고용센터로 가 구직신청을 한 다음 네팔동료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잠시 네팔을 다녀오기로 하고 14일 항공권을 예약(티켓팅은 안한 상태)한 상태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네팔에서 교사생활을 한 라즈씨는 네팔에 부니과 5살, 10살된 어린 아이들이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인권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성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즈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영문유서의 내용에 납득하지 못할 내용들이 들어 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라즈씨의 유서에는 “나는 결백하고 아무 잘못이 없다”, “나는 미치지 않았고 모든 것이 거짓이다”, “여기는 법도 없나요”, “제발 진실을 밝혀주세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인권연대 등은 라즈씨가 “나는 결백하고 아무 잘못이 없다”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라즈씨가 근무한 S산업은 불과 20명이 근무하는 자그만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현장에 12대나 되는 CCTV를 설치해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했다. 게다가 회사는 3개월 전쯤 발생한 도난사고를 이유로 4대를 증설해 무려 16대의 CCTV를 가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숨진 라즈씨의 동료가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 정창오 기자


인권연대 등은 라즈씨의 유서내용과 회사의 현장상황을 종합하면 라즈씨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회사로부터 압박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라즈씨가 강제 퇴직되어 고통을 겪었을 것이란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경찰관계자는 “회사에 라즈씨가 직접 쓴 사표도 있고 정상적인 퇴직금을 받았고 사업자변경 신청까지 돼 있다”며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나 라즈씨의 강제 퇴직을 뒷받침할만한 정황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연대 등은 라즈씨의 유서에 “회사가 나에게 서명을 받았다. 그 종이에 무언가 있었는데 부장이 말하길 사업장 변경을 위한 종이라고 해서 서명했다”고 한 점을 들어 이를 반박하고 있다.
인권연대 등은 라즈씨가 한글로 이뤄진 사업장 변경서 내용을 알지 못해 ‘무언가 있었는데’라고 표현할 정도로 한글이 능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가 제시하는 한글사직서를 라즈씨가 작성했다는데 부정적 입장이다.

인권연대 등은 “고 던 라즈씨의 죽음을 이주노동자들의 끝없는 행렬로 바라보며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면서 “유서의 마지막에 반드시 진실을 밝혀달라는 절규를 볼 때 고인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권연대 등은 영문유서와 함께 있었던 네팔어 유서 2장의 공개를 경찰에 요구했으나 경찰은 개인사생활침해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다만 네팔대사관이나 유족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라즈씨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으며 네팔에 있는 라즈씨의 유족에게는 경찰이 라즈씨의 사망사실을 통보했으나 유족들은 경비문제로 한국행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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