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력 구하기, 로또 당첨보다 어려워… 가업 代 끊길 우려"

입력: 2011-12-11 18:06 / 수정: 2011-12-12 02:47
(1) 뿌리산업 뿌리째 흔들린다

내년 체류만기 대거 도래
인력 부족률, 대기업 2배

신참 미숙해 '받으나 마나'
쿼터 늘리고 체류 연장을

인천 남동산업단지 내 주조업체인 동양다이캐스팅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근로자들. /김낙훈 기자


외국인 근로자는 중소기업 생산현장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았다.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91년 해외투자업체 연수제도를 실시하면서부터다. 만 20년 전이다.

이후 1993년 11월 외국인산업연수제도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인 다국적 근로자 시대를 맞았다. 2004년 8월부터 고용허가제가 시행(산업연수제와 병행 실시)되고 2007년 1월부터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되면서 고용허가제에 의한 외국 인력 도입이 본격화됐다.

이들 외국인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중소기업, 특히 ‘뿌리산업’ 업종에서 중추적인 기능인력으로 자리잡았다. 이들 일반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E-9 비자)는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19만3912명이며 이는 국내에 체류 중인 총 외국인(단기취업 산업연수 유학생 등 포함)의 약 13.7%에 이른다.

◆왜 숙련공 대란 벌어지나

2006~2007년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 대거 만료된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쿼터(일반 외국인 근로자 중 제조업 쿼터)는 2007년 4만2100명, 2008년 6만800명에 달하다가 이후 연 1만~4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류재범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팀장은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2006~2007년 들어온 근로자가 순차적으로 만기가 되는 데다 그전에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의 만기가 겹치면서 출국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사람은 최장 5년(3+2체제), 정확히는 4년10개월(3년+1년10개월)까지 근무할 수 있고 산업연수생은 3+3년으로 최장 6년간 근무하다가 출국하는데 내년에 만기가 대거 도래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입 쿼터는 대폭 줄었다. 제조업으로 국한해서 보더라도 올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는 4만명으로 2008년 6만800명의 65.8%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 부족률은 3.8%로 대기업(1.7%)의 두 배가 넘는다. 현재 부족한 외국인 근로자가 3만4000여명에 달하고 내년엔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중기중앙회는 추산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아우성치는 이유다. 그렇다고 내국인이 이 자리를 메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도금 열처리 주조 등 뿌리산업은 작업환경이 열악해 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25개 주물업체가 모여 있는 인천 경서동 경인주물공단의 류옥섭 이사장은 “우리 단지에는 150여명의 외국인이 일하고 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내년까지 출국해야 한다”며 “인력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월염색조합도 마찬가지다. 한 명을 채용하기도 힘든 뿌리기업들에 외국인 숙련공 대거 출국이라는 태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 인력을 신청해서 배정받으면 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가슴앓이를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대체 인력을 실제로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진도금단지 대한금속의 신규식 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외국인을 고용하려고 했지만 현장을 보자마자 달아나 대부분 실패했다”며 “뿌리산업의 경우 외국인 구하기는 로또 당첨보다 어렵다”고 하소연 했다. 

두 번째는 외국 인력들이 숙련공으로 자리잡았는데 신참을 받을 경우 최소한 1년은 가르쳐야 한다. 이 기간의 업무 공백이 우려되는 것이다. 외국 인력은 도금 열처리 주물 염색 등 뿌리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대책은

기업인들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도입 쿼터를 대폭 늘리고 체류 기간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승 삼성문화인쇄 대표는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내국인은 오지 않는다”며 “외국인 도입쿼터를 대폭 늘리고 성실하게 근무한 근로자의 경우 체류 기간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장은 “베트남이나 중국 등 한자문화권에서 고교 졸업 이상 학력의 남자 100만명과 여자 100만명을 받아들여 1~2년 정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적응 훈련을 시켜서 정착하게 하면 인구 증가와 함께 양질의 노동력을 싸게 제공받을 수 있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 뿌리산업

주조 금형 소성 열처리 표면처리 용접 등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 공정산업을 의미한다.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 철강 조선 산업의 밑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뿌리산업이라고 일컫는다. 전국에 1만여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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