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주노동자 문제 골머리..`민족주의` 확산중

獨 향후 2년간 80만명 유입 가능성
극우정권, 민족주의 성향 강화

 2011-04-27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유럽 각국들이 이주 노동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수준이 낮은 중·동부 유럽 국가 노동자들이 자국보다 나은 수입이 보장되는 독일과 영국 등 이른바 역내 선진국들을 찾아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기 때문.

이들 국가의 국민들은 이민자 유입 급증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크게 동요하고 있다. 청년층 노동인구 부족과 노령화 등을 우려해 외국 노동자를 받아들이려는 정부들은 반(反) 이민 정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자칫 각국 정부와 국민 간의 갈등이 고조될 기미마저 엿보인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독일 쾰른 소재 IW경제연구소의 발표를 인용, 보도한 데 따르면 향후 2년간 중·동부 유럽에서 독일을 찾는 이주 노동자 수는 약 8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음 달 1일 있을 독일 정부의 노동 이민 개방을 감안한 것. 지난 2004년 유럽연합(EU)이 동유럽 회원국들을 대거 받아들인 이후 대다수 회원국은 노동 이민정책을 허용했으나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최근까지 이를 거부해 왔다. 해외 노동자가 갑자기 유입될 경우 자국 노동임금 감소와 고용 환경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카엘 휘터 IW 소장은 독일 정부의 노동 이민 개방에 대해 "적절한 시간의, 적절한 조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독일 경제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동시에 젊은 노동 인구 유입을 통해 노령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독일 노동계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노조 지도자들은 노동 이민 개방은 소수의 숙련된 독일인 노동자들에게 불공평한 경쟁이라며 저렴한 해외 노동력 유입에 따른 자국 노동자들의 임금 감소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 이민 개방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독일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프랑크-위르겐 바이스 연방노동부 국장은 "이민자 유입이 2년 만에 8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사실은 과장됐다"며 "연평균 이민자 유입 규모는 14만명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 수준이 높은 동유럽 노동자들에게 독일은 영국 등보다 매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독일에서만 발견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슬림 인구가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프랑스를 비롯, 네덜란드와 영국, 스위스, 핀란드 등에서도 노동 이민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극우정당이 정권을 잡은 국가들은 반 이민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지난 17일 총선에서 극우정당 `트루 핀스`가 급부상하면서 이민정책의 보수화가 점쳐지고 있으며, 앞서 스위스 의회의 경우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정부에 이민 통제 정책 수립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밖에 프랑스에서도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당수인 마린 르펜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는 등 불황에 지친 다수 유럽국가에서 이민자를 배척하는 민족주의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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