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노동자의 날] “우리는 노동자일 뿐 노예가 아니다”
2011년 05월 02일 (월) 15:40:05 변주리 기자 juriworld@naver.com

[시사서울] “We are workers, we are not slaves”

‘세계 노동자의 날’ 121주년을 맞이한 1일 오후, 이주 노동자들이 청계광장에서 각종 구호 깃발을 휘날리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이미 120만 명이 넘는 다양한 이주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심한 차별과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은 “이주 노동자에게 노동권을 달라”며 거리행진을 이어 갔다.

   
   

 

같은 시각, 청계광장 한편에선 ‘사랑의 동전밭’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시가 ‘하이 서울페스티벌2011’의 한 프로그램으로 월드비전(World Vision)과 함께 진행하는 이 행사는 ‘전 세계’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동전을 모으는 행사였다.

이주 노동자들이 ‘121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 본대회 행사장인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는 길목에는 곳곳마다 서울시가 경로 이탈을 막기 위해 배치한 경찰들이 대열을 맞춰 서 있었했다. 이날 서울광장 인근과 여의도 등 서울시내 일대에 배치된 경찰병력은 102개 중대 9천여 명에 달했다.

이주 노동자들의 거리행진을 뒤쫓아 도착한 서울광장에는 저마다의 거리행진과 프래시몹을 마친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원과 시민사회 관계자 등 1만여 명이 집결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 손에 ‘노동법 전면 재개정’과 ‘최저 임금 현실화’라는 구호가 적힌 카드섹션을 들고 들뜬 표정으로 본대회의 시작을 기다렸다.

   
   

 

대회가 시작되자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운 극단적인 친재벌, 반노동 등 이명박 정권 하에서 반칙과 특권을 일상화되었고 정의는 실종되었다”며 “지난 3년간 부자감세와 4대강삽질로 국가부채는 1,600조원에 달하고, 미친 물가, 미친 전세금, 미친 등록금으로 서민경제도 파탄 나 가계부채도 이미 900조원을 돌파했다”고 성토했다.

김 위원장은 또 “현장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조건 없는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로 반노동 정권을 심판하고 진보적인 정권교체와 노동존중사회를 건설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장에 참여한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동조합 경기도지부 김광철(44) 사무처장 역시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에 불만을 가진 이들 중 하나였다.

김 사무처장은 “교과부나 노동부가 임금을 규정할 권한이 있지만 실질적 사용자는 학교장”이라면서 “학교장이 마음대로 임금을 책정해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는다”고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 밖에도 전국 초·중·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무원인 교사들에 비해 심한 차별을 받는다”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만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자의 문제는 노동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으며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민주노총 산하 대리기사노동조합 조합원인 이상훈(51)씨는 “가장 큰 문제는 일반 대중의 의식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일반 대중들은 자본주의에 매몰되어 이기주의가 팽배, 노동자들이 단결·협력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자본이 원하는 것이며 자본은 이를 오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사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최저임금 현실화 ▲노조법 전면 재개정 ▲물가 인상 대책 마련 촉구 등을 위한 연대·투쟁을 결의했으며, 민주당 등 야3당 대표의 축사도 이어졌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사회발전의 척도를 여러 가지로 이야기하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노동에 대해 그 사회가 얼마만큼 존중하느냐는 것”이라며 “노동자 권익이 보장되는 사회, 노동조합과 함께 가는 사회를 저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우리는 노동자 여러분들이 민주노동당의 태반이고 젖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진보정당은 앞으로도 노동자 여러분들에 기반을 두고 노동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다시는 어떤 노동자도 하늘로 올라야 하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 없는 그런 사회를 만들겠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노동의 기본권이 보장받고, 비정규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들이 인간으로 기본적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회, 그것을 위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 우리 진보진영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며 “이제 노동자 동지 여러분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의 주역이 되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내에서는 제 121주년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과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집회ㆍ기념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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