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 사망...“강제단속 중단하라”

“이주노동자 죽이는 일에 앞장서는 출입국관리소는 킬러”

천용길 수습기자 2011.11.16 20:16

지난 8일, 출입국관리소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해결책 없는 반인권적 단속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주공동행동 소속 단체 회원 40여 명은 16일 오후 2시 서울출입국관리소 앞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집중단속’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  미셸 이주노조 위원장의 발언을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지켜보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미셸 이주노조 위원장은 “매년 집중단속반대 집회를 위해 이곳에 온다. 행정법원의 명령도 어기고 이주노동자 죽이는 일에 앞장서는 출입국관리소는 킬러나 마찬가지”라며 출입국관리소의 폭력적 단속을 규탄했다. 그는 “매년 반복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시작했다. 8일 김포에서 서울출입국 단속반은 불심검문을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4인을 단속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이주노동자 H 씨가 단속에 불응하고 200m 가량 도주한 후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연행됐다. 김포경찰서 조사에 따르면 H 씨는 이송 도중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과장은 “부검결과 H 씨는 평소 심장질환이 있어 수 백 미터를 뛰었다고 하면 사망에 이르는데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1일 이주공동행동 활동가들은 함께 단속된 3인의 노동자와의 면담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은 단속과정을 직접 보지는 못했고, 버스 탑승 후 H 씨에게서 ‘누가 때렸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H씨는 수갑을 차고 있었고 입술에서 침을 흘리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진술한 노동자들은 H씨가 “목수일을 했는데 일상생활을 할 때는 건강했다”며 “맞아서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경주 외동 공단의 금속 사업장에도 출입국관리소 단속반들이 난입해 단속을 진행했고, 이에 항의하던 한국인 활동가들이 연행되는 일도 일어났다.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레인보우스쿨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민석 씨는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고용허가제 7년이 지났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출입국관리소의 폭력적인 단속이 아니라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고용허가제 폐지를 주장했다.

박진옥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사업팀장도 “국제법과 헌법에도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하고 단속만 강조하는 한국 정부는 강제단속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현행 고용허가제 폐지를 주장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출입국관리소는 중국인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고, 강제 단속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감 시설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집회를 마치고 참석단체 대표 3인은 출입국관리소 부소장 항의 면담을 진행했다.

이번 중국 이주노동자의 죽음으로 출입국관리소는 집중단속이 사망 사고를 일으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전향적 조치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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