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아랍난민 유입에 ‘통행자유화’ 손보나
프랑스 ‘EU 국경 없앤’ 솅겐협정 일시중단 고려
‘불법이민자 자국 넘어올라’…각 나라 고민 커져
한겨레 이정애 기자기자블로그
프랑스가 아랍세계 불법이민자들의 무차별적 유입을 막겠다며 ‘솅겐협정’(유럽 통행자유화 협정)의 손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럽에서 경제위기에 맞물려 드세지고 있는 반 이민 정서가 1995년부터 정식 발효되며 ‘국경 없는 유럽’의 상징이 돼 왔던 이 협정마저 흔들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엘리제궁의 한 관계자는 지난 22일 “솅겐협정의 권위가 실추되고 있다”며 “유럽연합(EU) 외곽 국경(수비)에 조직적 문제가 생길 경우, 문제를 바로잡을 때까지 협정의 일시적 중단을 허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솅겐협정을 지키기 위해선 (적절한) 수단 등을 갖춰 협정의 통제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통제권 강화 방안에는 유럽연합 국경수비대 ‘프론텍스’의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프랑스의 솅겐협정 수정 요구는 최근 튀니지와 리비아 등의 정정 불안으로 북아프리카의 불법 이민자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주장은 최근 독일에서도 일부 나왔다.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첫 관문이 되고 있는 이탈리아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다른 유럽국가들도 함께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아는 북아프리카 불법 이민자 유입 문제를 분담하지 않으면 유럽연합 탈퇴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이탈리아 정부가 튀니지 불법 이민자들에게 임시 거주증을 발급해 프랑스로 가는 열차에 태워보내면서 갈등은 크게 증폭됐다. 합법적인 임시거주증을 발급받은 이들은 솅겐협정에 가입한 유럽연합 25개국 어디로든 갈 수 있는데, 과거 튀니지의 식민국이었던 프랑스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이들이 자국에 눌러앉을 것을 우려해 이 열차의 진입을 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불법 이민자를 둘러싼 이런 외교적 갈등은 오는 26일 로마에서 열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대통령의 회담은 물론, 오는 6월로 예정된 유럽연합 정상회의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이민주의 우파 정당들이 세몰이를 하고 있는 만큼 이 논쟁을 둘러싸고 유럽 국가들은 분열 양상을 띠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국가 채무위기로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 국가들은 함께 가는 것이 맞는지를 고민했지만 이번에는 솅겐협정 국가들이 유럽 통합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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