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진단] 반이민 세력의 반격

[뉴욕 중앙일보]
차주범/민권센터 교육부장
기사입력: 06.13.11 18:38
충분히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났다. 뉴욕주는 지난 1일 국토안보부와 지역 사법당국의 공조로 진행되던 이민단속 정책인 시큐어 프로그램(S-Comm) 탈퇴를 선언했다. 그런데 주지사 공식발표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반발세력이 등장했다. 바로 스티브 리비 서폭 카운티장과 그레그 볼 뉴욕주 상원의원이다.

스티브 리비는 7일 쿠오모 주지사의 방침과 관계없이 S-Comm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주지사의 권위를 무시한 노골적인 항명이다. 사실 스티브 리비의 그런 태도는 전혀 놀라울 게 없다.

그는 뉴욕주에서 가장 극렬한 반이민 정치인의 한 명이다. 그 동안 틈만 나면 이민자를 공격하는 각종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08년에는 본인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했던 백인 청소년 10여 명이 히스패닉계 남성을 칼로 찔러 죽인 끔찍한 인종혐오 범죄에 대해 “어디서나 일어나는 흔한 일”이라고 입방정을 떨었던 전력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서폭 카운티는 지난 2월부터 S-Comm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으며 약 3700명의 지문을 국토안보부에 조회용으로 송부했다. 그 결과 겨우 34명을 이민단속국(ICE)에 인계했으나 그나마 23명은 범죄자가 아니었으며 단 2명 만이 추방처리 됐다. S-Comm 프로그램의 효용성이 의심되는 결과다.

그레그 볼 뉴욕주 상원의원은 올바니 정치계를 대표하는 반이민 정치인이다. 또 다른 반이민 정치인인 피터 킹 연방 하원의원이 무슬림들을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으려는 어이없는 청문회를 개최했을 때, 이를 본따 유사한 청문회를 뉴욕주에서도 주최하려고 시도했었다. 또한 서류미비 학생들을 위한 드림액트를 ‘테러리스트 권한확대법’으로 망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볼 의원은 당연하게도 뉴욕 주상원의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오는 6월 15일에 쿠오모 주지사의 S-Comm 프로그램 탈퇴 결정을 주제로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 청문회에 누가 출석하는지는 철저히 비밀로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말이 좋아 청문회지 자기 논리를 강화해 줄 입맞에 맞는 증인들을 출석시켜 여론몰이용으로 이용 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는 한편 연방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쿠오모 주지의 결정을 맹 비난했다. 편지에서 그는 쿠오모 주지사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도록 국토안보부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즉각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민자를 증오하는 반이민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난동부리기 시작했다. 이민자 커뮤니티로선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이미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수 년전 스피처 주지사 시절 이민자 단체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서류미비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정책이 도입되었었다. 그 때 반이민 진영에선 엄청난 기세로 스피처를 몰아 붙였고 결국 2주 만에 정책이 철회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번에도 똑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된다면 향후 뉴욕주의 이민정책은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정치적 역풍을 두려워한 정치인들이 올바른 이민정책을 추진하는데 망설이게 된다. 이번 만은 주지사의 정책이 철회되지 않도록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살피다가 필요하다면 직접행동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2009년 중간선거 결과로 정치지형이 바뀌면서 현재 이민자 커뮤니티는 수세에 몰려 있다. 포괄적 이민개혁을 적극 추진하는 공세적인 캠페인을 펼치기 힘든 환경이다. 따라서 지금은 반이민 정책과 법안에 맞서 이민자의 인권을 방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뉴욕주의 S-Comm 프로그램 철회 방침이 뒤집히지 않도록 하는 게 그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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