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차별·언어장벽 높다”
국내유학 외국 공무원들이 본 ‘서울시’
”노동자의 국제 이동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아직도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언어상의 장벽이 높다. 차별적 태도 개선, 한국어프로그램 지원, 공정한 계약 감독, 불법고용주에 대한 엄격한 처벌 등이 시급하다.”

서울로 유학온 베트남 하노이시의 공무원 해이넴(38)씨가 논문 ‘베트남 노동자의 한국이주’에서 밝힌 내용이다. 서울시는 지난 2년여 간 서울시의 도시발전모델을 연구해온 태국의 방콕, 대만의 타이베이(臺北) 등 8개국의 시 공무원 유학생 19명이 석사논문을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고려대 정책대학원에서 서울시의 관광마케팅, 전자정부, 임대주택, 교통정책 등에 관해 강의를 듣고 서울시와 자국 도시를 비교한 논문을 써 학위를 받았다. 논문내용 중에는 그들이 현장에서 지켜본 서울시의 시정 현황도 상세히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하노이시 공무원 해이넴씨의 논문은 ‘다문화사회’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논문의 말미에 “베트남 노동자들이 한국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빚을 지고 심지어 사기를 당하는 일도 빈번하다”며 “한국 정부와 베트남 정부의 협력을 강화해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태국 방콕시 공무원인 니트비몰 콘수푸하씨는 “서울은 저출산·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고 이로 인해 의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복지예산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뒤 “서울시립병원과 보건소 등의 공공 의료기관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하기도 했다. 논문 중에는 기상천외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도 있었는데 터키 이스탄불시의 세즈미 벨리소이(48)씨는 논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경제시스템 비교’에서 이슬람 교리에 입각한 이자 없는 경제시스템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2008년 시작된 ‘도시행정 석사학위과정’은 개도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서울의 전략과 노하우를 전수해 자국 도시에 적용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서울로 유학 온 외국 공무원들은 13개월간 서울에서 강의를 듣고 나머지 1년은 본국에서 서울과 자국 도시를 비교한 논문을 작성해 심사를 받는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외국인은 전 세계 37개 도시의 공무원 56명이다.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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