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규의 로그 인]이주노동자 요보
손홍규| 소설가
일본 식민지 시절 자의든 타의든 많은 조선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했다. 그곳에서 조선인 노동자는 일본인 노동자와 똑같은 강도의 일을 하더라도 당연히 보수가 낮았다. 고향과 나라를 등지고 떠나왔기에 그들은 성실했다. 조선인 노동자는 고용주들의 신뢰를 얻게 되었고 일본인 고용주들은 점차 자국민보다 조선인 노동자를 선호하게 되었다. 일본인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전보다 노동조건이 열악해지자 조선인 노동자 탓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러한 사실은 일본인이 조선인을 경멸의 의미로 부르던 ‘요보’라는 낱말에서도, 관동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외국인 혐오증은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녔다. 그리고 우리 역시 이러한 혐오증을 학습했다.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그 일을 감내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나자 한국인 노동자들이 패를 이루어 이주노동자에게 린치를 가하는 일도 공공연하게 벌어진다. 그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일 것이므로 이러한 폭력을 정당화할 자신들만의 논리가 있을 테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들 가운데 대부분은 그동안 자신들의 생존을 항구적으로 위협해왔던 체제와 싸워 본 적이 없다. 이주노동자는 분노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진정으로 분노해야 할 대상은 그들의 노동을 착취해왔던 자들이어야 한다.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다. 노동자의 벗은 노동자이며 노동자를 구원해줄 사람은 노동자 자신밖에 없다. 백인이거나 흑인이거나 황인이거나 기독교인이거나 무슬림이거나 이 세계는 상관하지 않는다. 이 세계는 그가 누구든 노동자라는 사실만을 기억할 뿐이다. 마치 일본인들이 모든 조선인을 요보로 기억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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